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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하展: BEAUTIFUL WORLD, BEAUTIFUL PEOPLE

팝아트 팩토리 갤러리 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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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2호 편집팀⁄ 2010.10.18 13:39:34

박옥생 (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정교한 바느질로 인형을 만드는 작가 이하, 그의 소리 없는 외침이 시작됐다. 꽃과 나비에 둘러싸인 탈레반 병사의 꽃미남 병사 시리즈, 그리고 마징가 제트와 같은 만화속의 주인공들이 그의 시선을 투과해 재탄생된다. 이들은 모두 형형색색의 천을 뒤집어쓰고 꼼꼼하게 바느질된 완성도 높은 인형들이다. 사실 작가는 인형을 만들기 전 조각이나 시사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양한 실험들을 시도했다. 그래서 그의 조형에는 조각의 공간처럼 공간을 설정하고 채우는 행위가 가미돼 있으며, 만화적인 우의성과 동화적 요소도 용해돼 있다. 특히 작가는 현대 팝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마릴린 먼로, 슈퍼맨과 같이 각 문화나 상징에서 체계와 역사를 확보한 문화 아이콘들을 그려냄으로써 문화 권력의 비틀기를 시작한다. 작가 이하가 만들어낸 인형들은 극적이고 과장돼 있다. 그는 무성한 시각성만 난무하고 실재 없는 사회를 인형을 통해 풍자한다. 사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봐온 백색의 얼굴을 가진 백설 공주, 슈퍼맨과 람보가 아니라 보랏빛의 얼굴을 가진 유색인종의 마릴린 먼로를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이질감을 통해 작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아이가 바라본 세계에는 권력과 선악이 없고 단지 즐거운 놀이로 변환된 군인, 배우, 공주의 역할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꿈꾸는 다름의 구별, 상·하의 위계와 강·약의 힘이 부재하는 세계의 구조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인종과 권력의 문제에 천착한 것은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미국에서의 낯선 삶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유색 인종인 작가가 아프리카, 근동 등의 유색인 친구들과의 생활 속에서 그들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검은 얼굴의 예수를 두고 기도하는 꿈은 어쩌면 작가에게는 너무도 맑은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검은 얼굴의 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그 다양성을 긍정하고 융합하며, 고착화된 시선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역사는 발전이 아니라 흐름이며, 일방이 아니라 주고받는 교류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다른 문화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구별 없는 호환적이고 열린 인류애적 시선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하는 이러한 시사성을 동반한 작업들을 통해서 사랑, 평화, 하나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 문화의 경계에서 꽃비가 내리고 나비가 날아드는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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