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사상과 가치를 로봇의 이미지를 빌려 이야기하고자했는데 국내 정서에 맞추다보니 우리나라 로봇인 태권브이를 선택하게 됐어요. 또한 우리 눈에 가장 익숙한 로봇이고 친숙한 이미지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서울 연희동에 있는 갤러리 연희동프로젝트에서 10월 19일부터 11월 21일까지 ‘ROBOT STORY’라는 전시명으로 개인전을 여는 김석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봇을 소재로 작업한다. 대학 시절부터 조소를 전공한 그는 인체를 기본으로 작업했지만 틈날 때마다 취미삼아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했지만 사람을 모델로 만든 조각은 작가도 관람자도 모두 사람이기에 메시지 전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모델로 만들게 되면 외형적 요소만 따지게 돼요. 얼굴은 어떻고 팔다리는 어떻고…. 로봇을 만들었더니 내용 전달이 훨씬 잘 됐어요. 로봇은 기계이긴 하지만 사람도 닮아있기 때문이죠. 무표정의 얼굴을 가진 로봇이지만 관람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더군요.” 그는 웅크리고 있거나 기도하는 로봇 등을 통해 자신의 슬픔과 고민, 힘들고 아팠던 감정도 이야기한다. 로봇을 만들지만 결국 작가 자신 또는 사람을 나타낸 것이다.
“나의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사회적인 얘기도 재해석해 전하기도 해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고통을 로봇으로 표현하기도하고 마치 석가모니가 수행하는 모습을 나타낸 로봇은 수행의 지루함을 재밌게 풀이한 작품이죠.” 나무를 깎아 로봇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크레파스로 색을 입힌다. 물감이 흔하지 않던 시절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던 추억이 떠오른다. 나무에 추억을 묻히듯 작업하는 그는 “어린 시절 태권브이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힘들 때마다 태권브이가 되고 싶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태권브이나 건담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이 아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추구하는 점을 부각시켜 만든 로봇도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로봇에 푹 빠져 사는 김석은 “내가 좋아서 만드는 작업으로 좋아하는 걸 함께 공유하고 싶다”며 로봇과 함께 즐겁고 유쾌했던 추억을 선물한다. 02)324~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