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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천병민展: 잭과 콩나무 - 항상 그곳에

인사아트센터 1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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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3호 김금영⁄ 2010.10.25 11:11:49

잭과 콩나무, 어린 시절 재밌게 읽었던 동화가 어른이 돼버린 지금은 우스꽝스럽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는 나무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잭이 영웅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생계가 어려운데도 콩과 암소를 바꿨던 잭이 어리석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잭은 콩과 함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심었던 것은 아닐까. 천병민도 잭이 땅에 희망을 심었던 것처럼 장지에 희망을 그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거대한 것에 집착할 때가 많다. 거대한 집, 거대한 배경, 거대한 자본…. 심지어 나무 하나를 볼 때도 거대한 나무둥치를 기준으로 그 나무를 판단해 버린다. 천병민은 이런 거대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 한다. 그래서 나무둥치를 없앴다. 그는 나무둥치 없이도 잭이 하늘로 타고 올라갔던 콩나무처럼 한없이 길고, 높게 뻗어있는 나무줄기를 그린다. 또한 푸른 잎사귀 아래로 흩날리는 듯 떨어지는 파편들을 통해 우리가 버려야 할 욕심과 허영을 표현한다. 욕심과 허영의 파편들을 버리고 자라난 나무줄기들은 참 싱그럽다. 천병민의 근작들은 화려한 색채가 돋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선보였던 ‘기억속으로의 삶’ 시리즈는 같은 작가가 그린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색채를 담고 있다. ‘기억속으로의 삶’시리즈를 그릴 당시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기억을 극복하고자 트라우마로 남아 버린 기억을 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몸부림에 그쳐 궁극적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길에 이르기보다는 도중에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고 말았다.

2008~2009년에 선보인 ‘그곳에 가다’ 시리즈에서 천병민은 방향을 잡기 시작한다. 트라우마와 직면할 뿐 아니라 화해하고자 한걸음 더 내 딘 것이다. 그리고 2010년 ‘항상 그곳에’ 시리즈에서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결정체인 ‘그곳’을 보여준다. 천병민은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이 가득한 세계인 ‘그곳’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왔다. ‘그곳’은 멀리 있고 찾기 힘든 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화 ‘파랑새’에서 아이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자신들의 집 안에 있었듯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 또한 그들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작품은 시대와 삶을 반영한다고 천병민은 말한다. 하지만 단지 시대와 삶을 반영하기만 하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한 자본을 추구하는 세태를 작품에 단순히 반영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한 단계 넘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욕심과 허영을 버리고 진정 원하는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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