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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자 “여자는 조직문화에 약해요. 그렇다고 성공 말란 법 없죠”

공기업 최초로 여성 임원 오른 황춘자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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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3호 최영태⁄ 2010.10.26 11:12:25

한국인의 절반은 여성이고, 최근 여성의 직장-사회 진출이 화려하다. 그러나 직장에서 여직원에 대한 평가는 차가운 편이다. 남직원들은 여직원에 대해 “이기적이고 힘든 일은 안 한다”고 비판한다. 성차별이랄 수도 있지만 여직원 자신이 문제의 소지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남자 못지않은 활력에 여성적 섬세함까지 갖춰 국내 처음으로 공기업 임원에 오른 여자가 있다. 황춘자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57세)이다. 그녀는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여성관리자네트워크(종업원 500인 이상 민간기업-공기업의 여성 대표 1400여명으로 구성된 모임)의 회장까지 맡고 있어, 가히 한국의 ‘성공한 직장 여성’의 대표격이랄 수 있다. ‘그녀만의 방법’을 들어보았다. -여직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여직원에 대한 황 본부장의 의견은? “남자들은 군 훈련을 받고 어려서부터 치고 받는 생활을 한 탓인지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반면 여직원들은 조직문화를 잘 이해 못하고 잘 운다. 그래서 나는 새로 들어온 여직원들에게 ‘여자라는 사실을 잊어라’ ‘남자보다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하라’고 말해 준다.” -여직원들이 군 경험이 없어 조직문화에 잘 적응 못한다면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여자도 군 입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1974년 사관후보생 때 ‘여자도 6개월 정도 의무적으로 군 훈련을 받으면 전국민 새마을운동은 저절로 된다’는 건의를 한 적이 있다. 여자도 짧게 군 생활을 경험하면 정신무장과 조직문화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황 본부장은 여군으로 입대해 8년간 군생활을 하고 1983년 대위로 전역했다) -요즘 젊은 여성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30대를 전후로 다른 것 같다. 30대가 지난 여성들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의무를 떠맡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살았다. 그러나 30대 아래 여성들은 불평등 없이 살았다. 따라서 남자가 하는 일을 자신이 못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 조직문화 훈련은 젊은 여성도 취약한 편이다.” -지난 3월 서울메트로의 경영혁신본부장으로 승진할 때 ‘공기업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화제가 됐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활약이 눈부신데, 공기업에 여태까지 여성 임원이 없었다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증거 아닌가? “공기업 사장 중에는 여성이 있었지만 직원으로 출발해 임원에 오른 것은 내가 처음이더라. 우리 서울메트로(1-2-3-4호선 지하철 운영)는 공학계 직종이 많이 남자 직원 비율이 높다. 현재 전체 직원 1만여 명 중 여직원은 500명 정도로 5%에 불과하다. 지원자 중 여성이 36% 정도라는 사실을 보면 여자를 잘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회사야 공학계 직원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사무직 전문인 공기업도 보니까 여직원 비율이 20% 밖에 안 되더라. 이런 직장의 여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비록 숫자는 20%밖에 안 되지만, 모두 임원으로 올라가라’는 것이다. 예컨대 전체 직원 중 간부급 비율이 16%라면, 20%밖에 못 뽑혀 들어온 여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16%의 간부급으로 진급하라는 당부다.” -여직원 비율이 낮다는 점에서 공기업의 보수성이 확인된다. 한국에선 아직 직장 성차별이 심하지만 미국의 경우 성차별 정도가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비율은 낮다. 이런 점을 근거로 ‘기회가 없는 게 아니라, 여자가 힘든 일을 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장에 육아 시설이 거의 전무하고, 결혼-임신을 하면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하게 만드는 게 한국 직장이다. 물론 이런 단점이 있지만 여자들이 직장생활을 더 짧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래 일하는 여자 직원이 적은 현상에는 사회적 원인과 함께 여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여자에게 힘든 직장 여건을 황 본부장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그저 일 생각만 했다. 남자들이 하나 일하면 난 두 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일하면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서울메트로에 들어온 뒤에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시간, 봉급을 생각 않고 일만 했다. 그 결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좋은 성적의 예를 든다면? “2004년 1월1일 삼각지 영업소장으로 발령 받았다. 당시 ‘여직원 근무 활성화 방안을 찾는다’는 회사 방침 아래 내려진 인사였다. 삼각지 영업소 밑에는 4호선 남태령역부터 회현역까지 모두 8개 역이 있는데, 그 중 5개 역에 여자 역장이 배치됐다. 여자들을 모아 놓고 어떤 성적을 내나 보는 형태였다. 영업소장으로 부임하니 전임 소장(남자)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에 난방이 안 돼 겨울이 되면 화장실 변기 물이 얼 정도였다. 그래서 직원들이 비닐과 청테이프로 화장실을 둘러 놓았었다. 미관상 보기 흉했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관할 역 중에 숙대입구역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녁 데이트시간이 되면 여학생들이 화장실의 조그만 거울 앞에서 추위에 떨면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고장난 라디에이터를 모아 수리해 설치했다. 따뜻하지는 않아도 화장실 물이 얼지는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 거울 크기도 키웠다. 노력 덕인지 ‘아름다운 화장실’ 심사에서 내 밑에 있던 역들이 대상을 탔다. 깨끗한 역 심사에서도 1-2-3등을 휩쓸었다. 또한 부임 당시만 해도 삼각지 영업소는 무임승차 단속률이 꼴찌 수준이었다. 그래서 매일 오후 2~4시면 내가 정복을 입고 역에 나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무임승차자를 잡아 벌금(운임의 30배)을 매겼다. 내가 나서니 직원들이 따라 나섰고, 무임승차 단속률이 크게 오르고 영업실적도 좋아졌다. 부임 초기만 해도 영업실적이 15개 영업소 중 14등이었지만 1년만에 3등으로 올라섰다. 2005년 홍보실장을 맡은 뒤에도 홍보실이 팀별 평가에서 2007년엔 최우수, 2008-2009년엔 내리 2등을 받았다.” -2004년까지 3년간 계약팀장을 맡았었다. 외부 업체들과 납품 계약을 맺는 계약팀장에게는 로비도 엄청날 것 같은데, 별 문제는 없었는지? “서울메트로의 연간 예산이 1조8천억 원이라면 이 중 인건비 4천~5천억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계약을 통해 물품 조달에 쓰인다. 그러니 로비도 당연히 대단하다. 계약팀장이 되니 사무실 의자에 돈봉투가 꽂혀 있고, 퇴근 시간이면 집 주변에 납품업체 직원들이 포진했다. 돈봉투는 직원에 들려 돌려보냈고, 집 근처에 납품업체 직원이 있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갔다. ‘향응 안 받고 돈 안 받는다’는 원칙을 지킨 덕에 계약팀장으로 일한 36개월 동안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등을 통털어 단 한 건의 지적도 받지 않았다.” -남자를 ‘구워삶는’ 방법은 많이 개발됐지만, 여자를 상대로 하는 노하우는 아직 덜 개발된 것 같다. 조달 계약을 맡는 자리에는 ‘주색잡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지만 한국 직장에서 여성의 위치가 낮은 데는 남녀가 모두 기여한다. 남자 쪽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서울메트로에는 영어 시험을 봐 성적순으로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이 있다. 성적 순으로 3배수를 뽑고 그 중에서 연수자를 선발하는데, 시험 성적은 매번 내가 거의 최고 수준이었는데도 전혀 보내주지 않았다. 계속되는 들러리 역할에 화가나 감사에게 따졌더니 ‘2인1실로 숙박해야 하는데 여자가 끼면 곤란하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추가 방값은 내가 내면 될 것 아니냐’고 우겨 남자 직원들은 다 다녀온 연수를 입사 20년 만에 다녀왔다. 여직원을 대하는 남자들의 태도에는 이처럼 부당한 측면이 있다. 남자들에게 시샘이 많기 때문이다.” -홍보실 직원들의 홍 본부장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비결이라도 있는지? “칭찬도 많이 하고 혼도 많이 낸다. 직원들이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대화를 많이 한다. 자식을 대하듯 아랫사람을 대하기 때문인지 직원들이 잘 따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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