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김민경이 작업으로 풀어가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나타낸 인간의 ‘위장된 자아’

  •  

cnbnews 제194호 김대희⁄ 2010.11.01 15:13:41

어느새 풀어헤친 옷깃을 단단히 여미는 계절이 왔다. 나뭇잎이 아름답게 물드는 거리엔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제 각각의 개성을 한껏 뽐냈지만 결국 겉형태만 다를 뿐 모두가 같은 사람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한편으론 슬픈 현실에 익숙해진 모습들이다. 서울 창전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민경 작가는 마치 흑백TV 화면 속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듯 보이는 컬러처럼 사람들의 개성을 화려한 색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낸다. 특히 커다란 귀를 가진 토끼와 같은 가면을 쓴 얼굴, 원색과도 같은 선명하고 깨끗한 색감의 머리색 등은 한눈에 시선을 끌 만큼 강렬하다. 김민경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이중인격적인 가면성이다. “사람의 가면적 성격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만들게 됐어요. 내 작품 속 얼굴은 눈동자도 없고 다 같은 얼굴이죠. 각도와 형태만 달라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되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인간관계 속에 감정을 숨겨야 하는 현대인들의 이중인격, 또는 그들의 개성도 될 수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하면서 익숙하게 즐겨온 그녀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미술을 하고자 했다. 고교 시절 여러 가지 분야를 배우면서 조소가 가장 재미있었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조소를 전공했다.

“흙으로 빚어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지금의 작업도 조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해요. 제 작품들의 근간은 바로 입체 작업으로 이것을 평면으로 옮겨 놓은 것이 지금의 액자 작업이에요.” 조각으로 만드는 입체작품은 보여주기에는 상당히 좋지만 옮기거나 이동하는 문제와 설치하는 공간적인 점에 있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완한 것이 바로 지금의 액자 작업이다. 2008년부터 액자 작업을 시작한 그녀는 그해 12월 첫 개인전에서 액자 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반응은 신선하면서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업은 손이 상당히 많이 간다. 먼저 흙을 사용한 입체 작업으로 인물의 얼굴을 만들고 그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으로 촬영한 후 컴퓨터로 색을 바꾸고 배경 이미지도 합성한다. 그리고 인화해 싸이텍 액자(일반인화지 접합방식의 액자)를 만든다. 이어 합성수지, FRP, 레진 등을 이용해 인물과 맞는 다양한 머리 모양과 가면 등을 만들고 색을 칠해 싸이텍 액자에 붙이면 완성된다. 특히 흑백사진과 같은 회색톤의 얼굴과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깨끗하고 선명한 컬러의 색감은 강렬하지만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색이 강해 대부분 원색으로 아는데 원색과 같은 느낌일 뿐 색 조합으로 만든 색이에요. 원색을 쓴 건 없으며 다양한 색 조합을 하려 해요. 제가 나타내고자 하는 부분으로 강하게 인식돼야 하기에 대비되는 조합이 많아요. 얼굴과 다른 구조와 형태가 강조돼야 하니까요.” 김민경의 초기 작업은 토끼였다. 그냥 토끼가 아닌 ‘위장된 토끼’로 커다란 귀를 가진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귀가 커다란 것을 보면 누구나 토끼의 모습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작가조차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인 셈이다. “커다란 귀를 가진 가면을 쓴 것은 토끼인가? 사람인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거짓인가?”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지금도 그 해답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토끼만으로는 표현의 한계성을 느껴 사람의 얼굴을 다루게 됐다. “작품 속에서 나는 가면과도 같은 얼굴 이미지에 각기 다른 모양의 머리 형태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를 위장해요. 위장된 나는 스스로 위장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위장된 것일 수 도 있어요. 이러한 모호함은 보이는 형상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호함과 의구심이 되죠.”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 속 얼굴은 표정을 알 수 없다. “모든 얼굴에는 표정이 없어요. 특히 눈동자를 넣으면 표정이 결정돼 버려 표현에 제한이 생겨요. 그래서 시선을 없애고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듯하죠. 때문에 무섭게 보는 분도 있고, 귀엽게 보는 분도 있고 저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조건과 장소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요.” 대부분의 작품이 얼굴이나 머리 형태 등 어깨 부분까지만 작업한 것이지만 다음 작업은 더 나아가 인체의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재료가 있다면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큰 작업에 욕심이 많지만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고심이라고 솔직한 웃음을 보였다.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인 강렬함을 추구하는 그녀는 철저한 준비와 함께 어느 정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도록 발걸음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 작품도 자연스러운 변화도 필요하고 때에 맞추는 적절한 시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상반기에 개인전을 계획 중인 김민경은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냈으면 한다”며 “보이는 그대로 재미있고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들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