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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아트페어, 국내 미술계 침체의 대안이 될 것인가?

새로운 고객층 만나고 글로벌 트렌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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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6-197호 김금영⁄ 2010.11.22 13:51:18

선선한 가을 날씨를 보이던 한국이 며칠 사이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잠시 반짝 호황을 맞았다가 얼어붙은 현재의 국내 미술계를 연상케 한다. 2005~2007년 국내 미술 시장은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4000억 규모로 커져 호황을 이뤘던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제 금융 회사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해 전 세계가 경제 불황의 길로 걸어 들어가면서 국내 미술 시장 또한 2008년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국내 미술 시장 속에서 점점 해외 아트페어에 눈을 돌리는 작가와 갤러리가 늘어나게 됐다. 5월에 열린 홍콩 아트페어에는 29개국 150여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한국에서는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 가나아트 등 12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갤러리 140여개가 참여한 독일 퀼른 아트페어에는 한국의 마이클슐츠 갤러리, 나인 갤러리, 아산 갤러리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 시카고, 마이애미, 싱가포르 등 해외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국내 갤러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도 키아프(KIAF) 같은 국제 아트페어가 있지만 시장 규모가 100억 원대인 키아프는 한 작품 거래 규모가 수백억 원대를 넘나드는 외국 시장 규모에 비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국내 미술계의 입장이다. 해외 아트페어 참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 미술 시장에 알려 침체된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침체된 국내 미술계를 버리고 해외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만만치 않은 참가비와 부스 임대료 때문에 그저 돈만 낭비하고 오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해외 아트페어에 직접 참여한 갤러리와 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가나아트는 1985년 프랑스의 피악(FIAC) 아트페어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해 왔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홍콩 아트페어에는 1회부터 3회까지 모두 참여했다. 이정용 가나아트 이사는 ‘새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작품을 찾는 고객이 주로 한국인으로 한정되지만 해외 아트페어에서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고객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작품 10점을 국내와 해외에서 똑같이 판매했을 때 국내에서는 10점 중 9점이 국내인에게 판매되는 것에 비해 해외에서는 1점만 현지인에게 판매되고 나머지는 외국인에게 판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고객층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한정된 범위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 국내 미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해외 아트페어 참여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당장에는 비싼 해외 아트페어 참가비와 부스 임대료 등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멀리 보면 결국엔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고 봅니다.”

인사동 가가갤러리는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퀼른 아트페어21에 올해 처음으로 참여했다. 조기현 가가 갤러리 대표는 침체된 국내 미술계에서 안주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됐다. 작가 11명을 선정해 참여한 퀼른 아트페어21에서는 반응도 좋았다고 밝혔다. “와인잔을 들고 즐겁게 담소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등 모든 관람객들이 전시를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갤러리와 작가 모두 현재 미술 시장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작품을 팔러 간다고 여길 게 아니라 현지 미술 시장을 직접 보고 국내 미술 시장이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도 꾸준히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한 작가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리, 미국 등 다양한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해온 김인숙 작가는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동남아 쪽 아트페어에는 올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녀는 전시를 다양한 곳에서 많이 가져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미술 시장의 흐름을 직접 보고 느끼고 여러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있으면 발전할 수 없지요.”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여한 오영숙 작가는 아트페어에서 작품 6점 중 4점이 판매됐다. 나머지 2점은 현지에 있는 갤러리가 프로모션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해외 아트페어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그녀는 전했다. “아트페어라는 것이 작품을 사고팔기 위해 열리기도 하지만 능력 있는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미술계도 세계 미술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적인 느낌을 담아 개성을 살린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국적 없이 다른 것을 모방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작품으로 해외 미술 시장에 나선다면 국내 미술도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한 갤러리와 작가들의 공통된 입장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읽고, 작품을 보다 널리 알리면서 해외 갤러리와 관계자 등과 새로운 관계를 쌓는 것에 의의를 둔다는 것이었다. 국내 미술계는 아직 얼어붙은 채 잠들어 있다. 해외 아트페어가 국내 미술계에 따뜻한 봄바람을 일으켜 긴 동면에서 깨어나게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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