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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파워]장원영 JANG, WONYOUNG

스펙타클한 입체 작품으로 등장한 대도시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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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6-197호 김금영⁄ 2010.11.22 13:54:42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이미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도시 풍경에 자꾸 시선이 간다. 멀리서 봤을 땐 사진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층층이 겹친 입체적 이미지가 나타나면서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판화를 전공한 장원영은 ‘2009 아시아프(ASYAAF)’에서 작가로서 첫 전시를 가진 당찬 신진 작가이다. 올해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원에서 10월 14일부터 27일까지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인생에 목표를 지니고 사는 타입이에요. 20대가 가기 전에 개인전을 가지고 싶었는데 올해 그 목표를 이뤘네요.” 장원영은 1년을 몇 개월 단위로 나눠 작업을 진행한다. 처음 3개월 정도는 무엇을 작품으로 표현할 것인가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주제가 정해지면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한다. ‘한국의 현대화’를 주제로 잡았을 때는 현대사에 대해 공부했다.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서이다. 주제에 관한 공부를 한 뒤에는 3개월 정도 작품 구상을 하고 직접 촬영에 나선다. 촬영 장소는 미리 정해놓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가지고 3개월 정도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촬영한 이미지를 프린트해 아크릴판 위에 붙이고, 아크릴판에 이미지의 실루엣을 그려 잘라낸다. 사람의 모습을 한 실루엣 안에 담긴 풍경들은 겹겹이 쌓이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작품을 언뜻 보면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을 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볼수록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는 작가의 손길이 닿은 까닭이다. 작품의 전체 이미지를 봤을 때는 너무도 자연스런 모습에 단지 전체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 한 컷만 촬영했을 것 같지만 작가는 한 작품을 위해 거의 800장의 사진 촬영을 거친다. 촬영은 풍경의 부분 부분을 찍기도 하는 등 섬세하게 이뤄진다. 실제로는 불이 꺼져 있는 집이지만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려 촬영을 해 그 이미지를 작품에 담는다. 따라서 작품에 표현된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세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장원영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점점 성장하면서 글보다는 작품을 매개체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제가 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평소에 듣고 싶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에요. 첫 작업은 2009년 학교 근처 동네를 걷다가 시작하게 됐죠. 낡은 동네가 뉴타운이 된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기뻤지만 막상 직접 그 곳에 촬영하러 가니 이곳도 다른 곳과 다른 것 없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런 평범한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단순히 동네의 표면적인 모습만 봤을 뿐 그 동네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던 것이죠. 제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의 작품 역시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풍경을 다양한 사람들의 실루엣이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원영은 현재 화려한 도시 불빛 속에 사람들이 가려져 있지만 현대 사회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삶이 녹아들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결코 우리는 작고 초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공간에 있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이죠. 앞으로도 많은 것을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보다 많은 것들을 작품 안에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 작가 노트 우리를 위하여…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손전등 불빛 하나에 발걸음을 의지해 서울 근교의 산에 올랐다. 이 넓은 산 속에 나 홀로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외로움의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이 크고 넓은 공간에 서있는 '나'라는 한 사람이 너무도 작게 느껴진다…. 소외됐다고 생각되던 우리 개개인의 삶은 사실 작고 초라하지 않다. 비록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아름답고 화려한, 그리고 따뜻한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본질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바라보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컥한다. 곳곳에서 이 커다랗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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