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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함명수展, 이화익 갤러리 11.10~23

붓질의 변이로 전도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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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6-197호 편집팀⁄ 2010.11.22 14:02:09

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 미술 평론가) 함명수의 근작은 도시 풍경이다. 자신의 작업실 주변 풍경(골목길)이나 번화한 도시의 경관을 파노라마로, 공중에서 부감하는 시선으로 일으켜 세워서 보여준다. 작업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길가 풍경과 골목길의 허름한 가게와 담벼락, 고단한 삶을 연상시키는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이 있는 풍경은 소시민의 삶의 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화려하고 스팩타클한 도시의 전경이 장관으로 펼쳐져 있다. 골목길 풍경에 비해 도시의 전경은 드라마틱하고 격렬한 동세가 느껴진다. 휘황찬란한 도시가 전해 주는 ‘발광’하는 감각이 붓질의 맛으로 전이된다. 나로서는 이전 작업에 비해 근작이 그가 구사하는 붓질과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골목길이나 정적인 느낌을 주는 길가 풍경보다 다이내믹한 도시 풍경을 부감한 그림이 훨씬 극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림이 무척 화려해졌고 기법도 능란해졌으며 그림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이 세련된 그림이 너무 매끄러운 장식성으로 스타일화 될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든다. 작가는 우선 연필로 밑그림을 상세히 그린 후 그 위에 아크릴로 대략적인 밑색을 칠하고 윤곽과 볼륨, 그림자를 잡아둔다. 그런 후에 그 위로 유화물감을 올린다. 그 사이로 밑그림들이 드러나고 남겨진다. 다시 밑그림을 이용한 또 다른 흔적이 파생한다. 그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운 상상을 뽑아낸다. 밑그림을 통해 또 다른 장면을 만들고 시간과 속도,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다시 그 위에 얹힌다.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이 붓질이 순간 볼륨과 공간감을 갖고 면발이나 털실의 느낌 등을 유발하는 터치로 나간다. 구체적인 대상인 동시에 부단히 붓질, 색채를 머금은 기이한 물질의 흔적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마치 반딧불이나 별빛, 혹은 얼룩과 번짐이 느닷없이 화면과 표면의 곳곳을 날아다니며 보는 이의 시선을 멈췄다가 이리저리 몰고 간다. 대상에 주목하다가 문득 붓질과 얼룩으로 돌아오고 다시 도시풍경으로 나아가기를 반복한다. 회화란 그런 이중의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이미지이자 물질이고 물질이자 이미지다. 표면이자 깊이이고 안이자 밖이다. 함명수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표면에 다양한 질감이 변화를 유발하는 회화, 재현적 목적이나 다소 커다란 주제에 함몰되는 붓질이 아닌 세부로 천착하고 표면에 온갖 변태를 일으키며 나아가는 붓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붓질은 결국 몸에 대한 또 다른 은유일 것이다. 그런데 대상을 빌어 그것을 다른 감각, 신체로 성형하는 일은 또 다른 감각의 표면에서 사는 일이고 이는 자기 신체표면의 위상학적 변태를 일으키는 일과 동일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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