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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꽃, 인물을 빛과 색의 조화로 재창조하는 김일해

고유의 색에서 벗어나 새롭게 만든 작가만의 색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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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9호 김금영⁄ 2010.12.06 14:10:00

사람들은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앨범에 모아두고 당시의 기억들을 추억한다. 이와 달리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구상화가 김일해이다. 김일해는 여행을 하면서 작업의 모티브를 많이 얻는다. 여행을 떠나는 장소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가능한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보면서 느낌이 오는 것들을 스케치한다. 비단 손으로 그 광경들을 스케치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도 담는다. 그는 사색을 통해 손과 마음에 담긴 모든 것들 중에서 강조할 것과 생략할 것을 정한 다음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을 그릴 때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리가 끝난 상태이므로 그리면서 수정을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생각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지만 작업이 시작되면 그의 붓은 빠르게 캔버스 위를 넘나든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밑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데 치중하는 편이다. 김일해가 그리는 풍경, 꽃, 인물 등은 이 세상 어딘가에 꼭 그림 속에 표현된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만 같다. 그만큼 생생하게 표현되기 때문인 것이리라. 하지만 김일해는 그가 본 것들을 단순히 캔버스에 옮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본 것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재구성해 그만의 세계를 다시 독창적으로 만들어낸다. 뉴욕의 미술평론가인 조나단 굿맨(Jonathan goodman)은 김일해의 작업에 대해 “김일해가 그리는 구름은 실제 구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선홍빛에 가까운 주황색을 띄지만, 이러한 구름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돼 그것을 보는 이들을 실제로 그러한 구름이 세상에 존재할 거라고 믿게 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렇게 사색을 통해 그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창조하는 김일해는 또한 색의 재해석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만의 색을 만든다. 기존에 풍경과 꽃, 인물이 지닌 색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는 다양한 색의 향연을 자유롭게 펼치고자 한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김일해 회화의 특징은 스스로의 개성을 빛과 색에서 찾고 있다”며, “자연이나 색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 않고,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색을 가슴 속에서 버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은 풍경이든 정물이든지 간에 물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색을 거부하면서 그만의 색을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작가의 의지이다”라고 평했다. 김일해가 이렇게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가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프로화가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을 아는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에서 연속 3년(83, 83, 85년) 특선함으로써 주변의 반응도 좋아지고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예전에는 야외 사생도 많이 다니고 모델을 불러 화실에서 인물 작업도 했습니다. 빛이 좋은 날에는 정물화도 많이 그렸죠. 하지만 요즘은 사생도 자제하고 현대적 구상을 그리려고 작품을 만드는 편입니다. 자연의 질서와 인체의 해부에 대해 파악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요.” 그가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단지 그림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기를 바란다. “그림은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받고 감동을 받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느낌은 전달됐으면 좋겠네요.”

최영배 신부는 김일해의 그림에 대해 “작품을 이해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행복과 평화 그 무엇인가의 풍족함만을 선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작가는 사랑을 지니고 있다. 사랑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을 그림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일해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그림의 첫 번째 관객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만족하고 앞으로 100년 후에 누가 보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림, 그런 그림을 그는 그리고자 한다.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유럽인이 보든 같은 공감이 형성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시간에 쫓겨 그림을 그리기 힘들 때도 있지만 제 그림을 보고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금 붓을 잡게 됩니다.” 그는 아직도 할 일들이 많다. 조만간 개인 화집이 나올 것이고 미술 공부를 위해 인체 누드 소묘집을 출간할 예정에 있다. 내년에는 뉴욕에서 개인전을 갖고, 도예가 심수관과 일본에서 2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는 12월 7일부터 19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색의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초대전을 가진다.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그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김일해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작업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김일해의 예술 세계는 여인의 누드나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과 같은 친숙한 대상들에 대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특정한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 대상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증가시킨다. 김일해는 잘 알려진 대상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지만, 20세기 초 야수파 화가들이 사용했던 색상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일상적인 색과는 거리가 먼 뛰어난 색상을 사용하여 평범한 주제를 재해석해내기 때문에 그러한 친숙한 대상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찾아낸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강렬한 붉은색, 짙은 녹색, 그리고 광채를 띈 분홍색은 일반 구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 조나단 굿맨(Jonathan goodman, 뉴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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