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부터 대학로 더 굿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엣지스’는 기존의 공연과 다른 형식, 다른 내용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젊은 작곡-작사가 팀인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의 작품을 원작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장르여서 관심을 모은다. ‘엣지스’에는 남자 둘, 여자 둘 모두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15곡의 노래에 맞춰 연기하고 노래하거나 공연 전 미리 받은 사연을 토대로 관객과 대화를 시도한다.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는 없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은 대체로 ‘위로 받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공연의 무대는 뉴욕 소호의 ‘엣지스’라는 이름의 ‘바(Bar)’. 이 바를 찾는 남녀는 일과 사랑, 가족,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실에의 안주, 이상과 현실의 괴리, 과거의 추억, 실수에서 온 트라우마 등 노래마다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배역이 없는 배우들은 극과 극 사이에 관객의 사연을 읽기도 하고, 배우가 아닌 관객의 말벗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엣지스’가 그저 그런 공연이 아니라서 좋아요. 뮤지컬이란 장르를 떠올리면 뻔한 게 있는데요, ‘엣지스’는 엄청나게 새롭거든요. 남이 재미없다고 해도 배우로서 출연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만족해요.” 공연을 올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공연장에서 만난 최재웅(31)은 ‘엣지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묻자 ‘내가 재미있으면 그뿐,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최재웅은 얼마 전 소속사도 생겼다. 소속사는 최재웅의 전속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그를 충무로를 대표할 차세대 영화배우로서 키울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최재웅은 내년 1월 16일까지 공연되는 ‘엣지스’에 그만 발목이 잡혔다.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네 배우가 교체 배우 없이 매일매일 무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오늘은 또 어떤 관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수다 떨 생각에 가슴이 벅찬 듯 보였다. 최재웅과 ‘엣지스’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가 아닌 인간 최재웅을 들여다봤다. -원캐스팅(한 배역을 한 배우가 연기)과 멀티캐스팅(한 배역을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연기)을 비교하면 연습이나 공연할 때 어떻게 다른가요? “특별히 생각한 건 없지만 원캐스팅일 때가 배우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멀티캐스팅일 때는 공연하다가 쉬기도 하기 때문에 컨디션은 좋을 수 있지만 일요일에 공연하고 월요일 쉬고 화요일에 공연하면 무대 위 감이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도 힘들구요. 그런 면에서 지금은 너무 좋죠. 즉시 피드백할 수 있으니까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할 때는 9개월 동안 원캐스트로 연기했는데요, 당시 아찔했던 기억은 없나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아! 그때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와서 공연했던 기억은 아찔하네요(웃음).” -‘엣지스’는 트위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미리 사연을 받는데요, 인상적인 사연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음…. 특별한 건 없었어요. 왜냐면 누구에게나 있던 사연들이었거든요. 사연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겪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실수담이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도 한 번씩은 생각했던 일들이더라고요. 사는 게 다들 비슷하구나, 했어요.” -매일 공연의 내용이 달라지면 배우로선 혼란스러울 것도 같은데요, 어떤가요? “오히려 매일 정해진 것을 하라면 혼란스러울 텐데, 기본 출발점을 그렇게 정하니 또 도움이 돼요. 배우로서 훈련도 되고요.” -그래도 관객들의 반응이 없으면 곤란할 것 같은데요. “질문이 관객한테 가면 꺼리게 되나 봐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보다 더한 것 같아요. 공연 시작 10분 전에 관객과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때는 잘할 수 있다고 약속했던 관객도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당황하더라고요. 공연이 끝나면 또 다시 말을 잘하고요(웃음).” -강필석 씨와는 뮤지컬 ‘쓰릴미’에서 다른 짝을 이뤄 연기했고,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데,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소감은? “필석 형이 97학번이고 제가 98학번이라 형이 1년 선배예요. 13년 동안 알고 지내서 편하죠. 형은 저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하나하나 짚어보고 가는 스타일인데요, 느리다는 소리를 둘 다 많이 듣는답니다.” -최재웅 씨의 트라우마는 뭔가요? “쓸데없는 데에 징크스가 있어요. 계단을 올라갈 때 마지막 계단은 무조건 왼발로 디뎌야 하는 거? 어릴 때 장난으로 높은데 올라가다가 오른발로 디뎌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생긴 징크스인 것 같아요.” -실수는 잘 안 하시죠? “남들이 보통 하는 실수는 안 하는 편이에요. 넘어지거나 운동신경이 없어서 하는 실수는 더더군다나 없고요.” -자신의 일과 인생에 만족하나요. 배우란 직업은 나름 멋진 인생인 것 같은데요. “만족하죠. 감사하고요. 다른 데서도 말하지만 이 일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운이 좋게도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무대에 서는 자체가 너무 좋아요. 며칠 전까진 고맙단 생각을 안 했는데요, 요즘 다시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 때문인 것도 있고요. 마지막엔 일반인의 고민거리를 듣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땐 저 스스로를 돌아보곤 해요.”
-궁극적인 꿈을 정해 놓았나요? “저는 단기적으로 꿈을 정해 놓는 편이에요. 며칠 전에 지갑을 잃어 버렸으면 지갑을 찾는 게 꿈이고, 지갑을 찾은 다음엔 다른 꿈을 만들고요. 현재 꿈은 사회에서 하는 야구죠. 이 꿈은 제가 노력만 하면 이뤄질 꿈이잖아요. 자잘한 꿈이 이어지다 보니 사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가 봐요. “네. 남들보다는 그런 것 같아요. 공연 후기는 안 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많이 들어요. 그게 제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오해도 잘 안 하겠어요. “안 하는 편이죠.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생각할 때와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들을 때는 엄청 다르거든요. 저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이고요. 같은 말이라도 직접적으로 그 사람이 해주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만 보면 정확한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요. 오해가 있다고 해도 만나서 이야기하면 풀리는 편이에요.” -쿨 하시군요? “쿨한 건 아니고 무딘 거죠(웃음).” -확신이 안 서면 사랑한다는 말이 잘 안 나오는 편인가요? 아니면 애정 표현을 잘하나요? “연기도 그렇고, 확신이 안 들면 안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 충고를 들으면 그래야 하는 거란 건 알아요. 상황 파악을 잘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저는 무디니까요(웃음). 특히 여자들의 마음이 제일 어려워요. 이를 테면 남자들과 대화할 때는 ‘어디야’ ‘뭐해’ ‘밥 먹어’ 등 삼십 초 정도만 짧게 통화하면 녀석이 잘 지내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데요, 여자는 모르겠어요.” -가면을 쓰고 살 때는 언제인가요? “경비 아저씨한테 주차비를 깎을 때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행동은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안 하려고 노력하죠.” -거짓말도? “거짓말은 잘해요(웃음).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하면 완벽하게 하죠.” -‘엣지스’ 내용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뭔가요? “공감되는 소재로 만들었으니까 다 공감이 되긴 하지만, 옛날 친구들과 노는 신(Pretty Sweet Day)이 제일 공감돼요. 요즘 들어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더라고요.” -‘엣지스’는 20~30대를 겨냥해 만든 작품인데요, 그렇다면 40~50대가 보기에는 좀 그런가요? “목표 연령대가 40~50대는 아니지만 그 연령대가 보면 ‘내가 저 나이 때는 저런 고민을 했었지’ 하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아는 형님이 와서 공연을 봤는데요, 제게 ‘나도 저런 고민을 했었다’면서 그동안 안 하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웃음).” -얼마 전에 들어간 소속사는 최재웅 씨와의 전속계약을 밝히면서 ‘영화 시장에 활력소 역할을 해줄 배우’라고 했는데요, 그 말은 영화 쪽으로 활동을 더 하겠다는 의미였나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재미있더라고요.” -공연보다는 영화라는 의미인가요? “공연이랑 비교할 수는 없어요. 공연은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이니까요. 영화는 새로운 일이어서 하고 싶은 거죠. 특별히 신나는 건 없지만 매체가 다르니까 거기에 재미를 느꼈어요. 공연은 일단 스타트하면 멈출 수 없는데 영화는 신 바이 신(Scene by Scene)이니까 순간 집중도를 키우는 공부가 되더라고요. 또 전체 이야기를 미리 계산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반면 공연은 시작하면 ‘파투’가 나도 중간에 멈출 수 없어요.” -드라마 출연은요? “드라마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옛날엔 그냥 다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렌트’를 하고 싶어요. ‘렌트’ DVD를 다 봤는데 많이 봐도 볼 때마다 새롭더라고요. 특히 ‘마크’가 샘나요(웃음).” -끝으로 관객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엣지스’는 대화도 필요하고 이야기할 때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형식의 공연입니다. 드라마가 강하거나 흔한 뮤지컬에서 오는 감동 등을 바라고 오신 분들도 다른 형식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재미있을 겁니다. 공연장에 오는 일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