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영하 10도를 웃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사람들은 옷을 껴입고 몸은 움츠러들었다.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 꽃들이 모여 있는 전시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더 케이에서 열리고 있다. 화사한 색을 지닌 꽃들은 전시장을 밝게 비추며 겨울이 아닌 봄을 맞이한 듯한 느낌을 준다. 한경자는 밝은 자연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겨 놓는다. 하지만 그런 자연의 이미지를 캔버스라는 공간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풀어두고 있다. “저 자신도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아름다운 꽃이 땅 속에 그 뿌리를 박고 있기보다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향기를 내뿜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죠.” 이전에 추상적인 작업을 주로 선보였던 한경자는 실내 풍경 또한 그렸던 바 있다. 하지만 근작들에서는 추상적인 이미지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이미지가 새로 결합된 그림을 그리면서 범주를 더욱 넓혀가기 시작한다. 나비나 공작새가 작품에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꽃, 공기, 공간 등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담은 그녀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꽃, 어떻게 보면 정말 흔한 소재이지만 한경자는 자신 있는 붓질로 그녀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꽃들을 그린다.
꽃을 그리던 초기에는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양귀비를 많이 그렸다. 문득 이번 전시에도 양귀비꽃이 중심이 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꽃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꽃은 무슨 꽃이다 이런 학습적인 것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꽃의 종류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느끼고 싶은 대로 편하게 느끼면서 제 그림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많은 전시를 가져왔던 그녀이지만 매번 전시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에게 전시는 늘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 “작가는 꾸준히 변화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또 행복하기에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보는 이의 마음에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한경자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2011년 1월 12일부터 2월 16일까지 일본 작가들과 함께 3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02)764~1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