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글로벌 사회’, ‘디지털 사회’라 일컬어진다. 그만큼 디지털을 통해 접하는 세계가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세계의 수많은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통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원하는 정보를 즉석에서 검색하는 등 손 안에서 많은 일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추미림 작가는 과연 우리의 세계가 정말로 넓어졌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가만히 앉아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세계는 좁아진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것들을 접하지만 정작 현실 세계의 자신은 단지 방안에 앉아 클릭을 하고 있을 뿐인 거죠.” 인터넷으로 접하는 정보 또한 넓어졌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기 검색어들을 획일적으로 클릭하는 등 얻는 정보의 분야도 좁아진 느낌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그 정보들 중에는 출처를 알 수 없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또한 너무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고 본연의 의미를 잃은 정보들도 있다. “저만의 관점으로 수집하고 해독한 정보들이 모인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세계는 모니터에서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인 픽셀(PIXEL)로부터 출발했죠. 과장되고 확대됐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시 작은 부분부터 정리를 시작한 일종의 신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추미림은 아크릴판을 특정한 모양으로 잘라 표현한 픽셀 이미지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을 이어왔다. 캔버스에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픽셀은 정보들이 쌓여 구축된 세계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상징하는 링크 피플(LINK PEOPLE)을 그리면서 새로운 회화 작업에 도전했다. “인터넷에서 메신저나 친구 찾기 사이트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들이 많아졌지만 익명성을 띈 별명이나 ID로 자신이 표현될 때가 많기에 서로 진실 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것 같아요. 이렇게 하이퍼 링크(hyperlink)를 타고 정보가 이동하는 웹 세계 속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으면서도 느끼는 공허함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추미림은 디지털 사회가 좋다, 나쁘다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질 뿐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02)3447~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