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나현은 잊혀진, 혹은 잊혀져가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근거로 작업하는 르포 형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내일의 작가 수상 기념전 제목이 그러하듯, 나현의 작업은 인문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철저하고도 치밀한 조사와 연구과정을 거쳐 완성, 공개되는 일종의 결과 보고서다. 제한된 몇몇 가난한 언어를 쥐어짜서 완성하는 스튜디오 안에서의 작업이 아니라, 사건이나 사실의 직간접적인 흔적을 직접 몸을 세워 발로 밟고 만난 경험에 근거하여 제작, 완성한다는 점에서 나현의 작업은 매력적이다. 사건이나 사실은 물론 지역의 풍물이나 풍속, 풍습을 함께 채집하여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꼼꼼함과 생생함은 단연 압권이다. 이런 점에서 나현의 작업은 일종의 르포르타주(reportage)라 할 수 있다. 다만 철저한 현지 기록과 보고 형식이라는 점에서 생생한 날것의 성격은 강하지만, 작가의 주관을 가미한 기술과 서술, 해석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르포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일종의 ‘다큐-픽션(docu-fiction)’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나현의 작업은 사건의 관계자라든가, 목격자, 생존자,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 자료에 근거하고 다양한 기관과 연구자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등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작던 크던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도 2~3년은 족히 걸린다. 실로 지난한 작업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상 전시에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바이칼-시베리아-신안 염전에 이르는 지적 노정이 고스란히 소개된다. 이른바 맘모스 스텝(step)을 따라 추체험한 결과가 종합적인 전시형태로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영화 용어로 말하자면 일종의 로드쇼(road show)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파리 유학시절 제작한 ‘물에 그린 다리 풍경’과 귀국 후 경기도미술관에서 행한 물 드로잉 퍼포먼스 결과물이 그 과정과 함께 1층에 나란히 소개되어 작가의 지난 작업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수상전은 그동안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 사진 등과 같은 희귀한 아카이브들도 다수 소개되어 나현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건조한 다큐를 근거로 마르지 않은 상상력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 나현. 직접 취재한 것을 작업으로 옮기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보고전시회를 연후, 그 모든 결과를 최종적으로 책의 형식으로 엮어 내는 기나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측면에서 나현은 르포―아티스트(reportage+artist)로서의 위치를 점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