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구본창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3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구본창은 사진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이번 전시는 사진 작품 뿐 아니라 그의 작업 세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주는 ‘컬렉션’ 형식으로 이뤄진다. 전시는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국제갤러리 신관 1층에는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소소한 오브제들이 전시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개인적 세계와 작업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도구로, 그가 직접 사용하고, 감동을 받고, 영감을 받았던 것들의 모임이라 볼 수 있다. 구본창이 직접 사용하던 여행 트렁크는 전시장 입구에서 그의 컬렉션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구본창은 상자, 의자, 실, 프레임 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모았는데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바로 ‘빈’ 공간이다. 열려 있는 상자들은 하나같이 비어 있으며, 모든 오브제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기 보다는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투박한 백자의 매력을 사진으로 담는 그의 작업 세계에도 영향을 줬다. “텅빔의 미학,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화려하고 꽉 차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들보다는 텅 비고 낡고, 이름 없는 하찮은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것이죠.” 두 번째 섹션에서는 기존에 발표된 적이 없는 작가의 80년대 유학시절 작업과 귀국한 뒤 작품들이 전시된다. 유학시절 여행을 하면서 찍은 스냅사진과 88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들로, 프로젝션을 통해 선보여진다.
2층에 마련된 세 번째 섹션에서는 구본창이 지인들의 개인 컬렉션을 소재로 찍은 사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컬렉션은 이타미 준의 달 항아리 컬렉션, 오사카 동양도자 박물관의 한국백자 컬렉션, 기메박물관의 한국 탈 컬렉션, 도쿄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한국곱돌 컬렉션, 문방구와 명기로 구성된다. 이 컬렉션들은 화려하기보다는 투박하고 소소한 맛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구본창의 작업 세계와 연결되는 점을 보여준다. 목적의식 없이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구본창이 말하는 다음 작업의 주제는 바로 ‘아픔’이다. 평소 이산가족에 대해 관심이 많던 그는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안 랩소디 전’에 참여하면서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전 세계 어머니들의 아픔에 대해 작업으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전쟁이 주는 쓰라림과 아픔, 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비움’의 미학에 대해서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