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연주하는 호랑이와 부엉이. 낚시를 하거나 뛰노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귀엽고도 정이 넘치는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 귀여운 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고, 즐거워 보이는 가족들 뒤편에는 쓸쓸한 노부부가 앉아 있는 등 묘한 분위기가 우러나온다. 웃음 뒤에 감춰진 메시지를 전하는 ‘유머와 페이소스 전’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트포럼뉴게이트가 4월 8일부터 3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의인화된 동물을 그리는 안윤모와 인간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임만혁이 참여해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안윤모의 그림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도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등 인간과 꼭 닮은 동물들이다. 순진해 보이는 그 눈망울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단순한 ‘유머’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 속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는 대나무는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돼 가는 환경 문제를 꼬집는다.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요.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다룰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귀여운 동물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선택했어요.” 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에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휴식을 전해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안윤모는 ‘편안함’과 ‘휴식’을 주제로 전시를 열기도 했다. 회화, 설치, 조각 등 보다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그는 4월 대구, 6월 부산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임만혁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주로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이는 것은 바로 ‘가족’ 시리즈이다. 가족이란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정과 따뜻함, 포근함을 떠올린다. 그의 그림 속에서도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 밝게 웃고 있다. 하지만 임만혁은 가족이 줄 수 있는 고독, 소외감에 대해서도 말하고자 한다. 점점 핵가족화 돼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가족끼리 시간을 함께 보낼 여유조차 없는 현대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초대한다. “가족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서로 서운한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지닌 복합적인 느낌에 대해 풀어냈죠.” 함께 웃고 있는 그의 그림 속 가족을 보고 마냥 행복하다고 느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람들이 많은 감정을 느끼고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는 부인 김혜연 작가와 서울 사간동 심여화랑에서 4월 2인전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