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또는 이념과 이념 등 우리 사회 안의 여러 가지 틈과 사이에 대한 고찰 과정을 보여주는 작가 최윤숙의 개인전 ‘간보기II’가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4월 5~22일 열린다. 파스텔 같은 색감을 통해 작가는 듣고 보는 세상의 형태는 스멀스멀 아련하게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세상은 힘찬 붓질과 화려한 색 등으로 마구 뒤엉켜 표현한다. 이는 향긋하고 보드라운 내면세계로 통하는 소용돌이 문이 되어 보는 이를 이끈다. 특히 작품의 사람들은 얼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군중을 중시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함께 함’을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기 따로 나뉜 개개인이 아니라 서로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최 작가는 “우리의 삶이 작품의 제목이다. 사람을 소재로 개인의 내면세계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여러 사람을 한 화면에 넣어 그렸다.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함께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통의 의지를 담았다. 더불어 산다는 말이 있듯 다른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희망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의지해야 하는 관계를 긍정적인 메시지로 그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20점이 넘는 100호 캔버스 작품들, 그리고 과감한 컬러의 유화물감이 뒤엉킨 작업들은, ‘자화상’ ‘군중시리즈’ 등 타인과의 간극을 메우고 먼저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소통 의지와 뜨거운 무의식의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갤러리AG 이현주 큐레이터는 “최윤숙의 시리즈는 작가 인생의 서사적 흐름에 따라 개인과 군중 그리고 소통을 소재로 펼쳐 보이고 있다. 군중은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작품에서도 실루엣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 눈 코 입이 지워진 얼굴과 뒤통수로 가득 차있는 시끌벅적한 이미지 속에는 뭔가 작가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