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한번 시작하면 해가 지고 뜨는 걸 몰라요. 창문 하나 없는 작업실이기도 하지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이 중요해요. 그림은 나의 생활이에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작업실 겸 자신만의 갤러리를 운영 중인 홍은앙 작가는 말 그대로 그림과 함께 살아간다. 그 열정과 자신감만큼은 중견 작가 이상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그림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사생대회에 참석하면 언제나 상장과 상품을 받던 그녀는 담임선생님마다 그림에 대한 칭찬을 들었다. 결혼 후 7년간을 독일에서 지낸 그녀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서였다.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녀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남편은 권유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 취미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5년 전 일이다. 그림만 그리기도 바빠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그녀는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 욕심도 많다. 이에 따라 그림 소재도 포도, 꽃, 홍콩 야경, 파도, 여명 등으로 다양하다. 포도는 제물을, 해바라기는 부귀영화, 홍콩 야경은 세계의 도시 중 가장 화려한 야경을 표현했다고 한다. 여기에 기법도 구분 없이 마음과 손이 가는대로 구상에서 비구상, 추상에서 반추상까지, 재료도 아크릴과 유화, 크로키까지 넘나든다.
“그릴 수 있는 모든 걸 다 그리고 싶어요. 한 가지만 하는 건 성이 차지 않아서 다양하게 접해보고 경험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걸 찾고 싶기 때문이죠. 오히려 구상보다 비구상이 더 쉽게 다가와요. 구상은 세밀한 부분까지도 다뤄야 하는 점이 있지만 비구상에 더 많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표현으로 그린 작품에는 그녀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면서 생동감 있고 밝은 분위기가 전달된다. 화려하지만 차분한 색감이 마음을 편하게 이끌며 여기에 노력과 함께 고뇌와 정성이 담겨 더욱 빛을 발한다. 때문에 어느 장소에도 어울리며 보는 이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한국의 대표 여류화가가 되고자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그녀는 다른 건 몰라도 그림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는 머리띠다. 머리띠를 함과 동시에 작가로 변신한다고 그녀는 귀띔했다. 봉사하면 행복하고 좋은 일로 되돌아온다고 말하는 그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봉사와 나눔의 활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실생활 속에서 봉사하는 마음과 나누는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림에 정답은 없어요. 내가 좋으면 그게 좋은 거죠. 작가든 관람자든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좋으면 그걸로 되요. 다른 말이 필요 없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은 지치지 않고 기쁨으로 해나가는 일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해요. 취미로 시작하건, 전문 미술 작가를 꿈꾸건, 인생의 행복은 종착역이 아닌 과정이라고 한다면 열정이 있는 한 미술활동의 행복이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어요. 열정은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능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