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시간과 초현실적인 공간의 이미지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구현해 온 유선태의 개인전 ‘말과 글 - 자전거 타는 사람: 그림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오는 5월 3일부터 29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회화 50여 점과 조각 10여 점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일상 가까이 있는 사물의 존재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일깨우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전한다. 일상적 사물로 가득 찬 공간 한 켠, 그리고 명화 속 풍경을 담은 액자. 그 배경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작가의 모습이 함께 캔버스 위를 채운다. 일상적 풍경 가운데 펼쳐지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그의 작품 속에서 시선이 가는 것은 바로 자전거이다. 자전거만이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던 그의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는 지금의 작업에서 기억 속 자전거의 메타포를 끌어낸다. “중학교 때 용돈을 모아 중고 자전거를 한 대 샀어요. 2km쯤 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등하교를 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기쁨이었죠. 어른이 된 지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면 끊임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 유목민족이 떠올라요.”
자신의 캔버스 위에서 그는 자전거를 타고 자유로이 시공간을 넘나든다. 캔버스 위를 채운 풍경은 과거에 그가 스쳐간 풍경이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를 그려낸 풍경이기도 하다. 또한 예술가들의 멋진 작품으로 구성된 ‘숲’의 절경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예술의 숲’은 예술에 대한 그의 시선을 담고 있다. 예술을 큰 의미에서 하나의 숲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피카소와 르네, 달리 등 서양의 명화와 강희안, 신사임당 등 동양 고전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예술로 가득 찬 숲을 화폭 속에 재구성한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가들의 작품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의 매개가 결국 자전거로 표현되는 셈이다. 이러한 2차원의 이미지 세계를 자유롭게 유람하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의 이미지 속에 그는 유목의 정신을 메시지로 새긴다. 즉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인류의 소산인 예술이라는 큰 숲을 여행하는 작가의 심상을 은유하는 것이다.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끌어내는 유선태의 조형언어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