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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고 어둠을 긍정한다

학고재갤러리 ‘이영빈 개인전’ 5.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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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3호 김금영⁄ 2011.05.23 15:57:57

어렸을 때 누구나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목욕탕에 간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에도 동네에서 꼭 하나씩은 찾아볼 수 있는 목욕탕은 한국인의 일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런 일상의 사소한 모습들을 다루는 회화작업을 통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작가 이영빈의 전시가 학고재갤러리에서 5월 20일부터 6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꾸준히 작업했지만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인 적은 없던 목욕탕 시리즈 근작들을 포함한 회화 10점과 드로잉 158점을 선보인다. 목욕탕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바로 몸을 깨끗이 씻는 것이다. 목욕탕 안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옷을 걸치지 않고 맨 몸을 드러내 보이며 몸을 씻는다. 작가는 이에 주목한다.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목욕탕에 저 자신의 모습을 배치하면서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내면을 드러내는가? 작가는 어두운 그늘, 즉 음(陰)을 긍정하는 태도를 작업의 주제로 삼고 이에 대해 풀어나간다.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좌절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겨울, 어둠, 고독, 단절, 죽음 등 삶에 있어서 어두운 부분, 즉 음(陰)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때가 많지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희망과 승리는 어두운 음(陰)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지내야 여름이 오고, 죽음이 있기에 탄생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이 마주하기 꺼려하는 음(陰)을 작가는 바로 마주하고, 이를 다양한 가치들 중 하나로 존중하면서 긍정적으로 껴안고자 하는 것. 작가의 이런 내면은 다양한 시점을 바탕으로 작품에 개성 있게 드러난다. 작가는 한 화면 안에 다양한 시점을 채택한다. 기본적으로 한 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조감시점으로 묘사한 공간 안에는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시점과 아래에서 위를 조망하는 두 시점이 공존한다. 즉, 일점소실 원근법에 제한되는 시각이 아니라 열려있는 공간의 구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공간이 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또한 횡과 종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들로 표현되는 목욕탕의 타일은 공간 속에서 다각적으로 얽히고 연결돼 있는 세상 사람들의 관계성을 나타낸다.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가져왔습니다. 사랑을 나눠준 모든 이들이 다 제게는 그림 스승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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