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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암·뇌종양에서 어느정도 안전한가

WHO “휴대폰 사용시 발생하는 전자기장은 암 유발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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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6호 이어진⁄ 2011.06.13 14:26:09

휴대폰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특히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폰 사용이 뇌종양과 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언급해 이 논란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대해 휴대폰 제조 업계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또 전문가 집단에서도 아직까지 이를 증명할만한 명확한 사례와 연구결과가 발견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14개국 31명의 전문가와 8일간의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전자기장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그룹 2B’로 분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WHO는 모두 5개 등급으로 발암물질을 구분한다. ‘그룹 1’은 석면 등 발암성이 심각한 물질로 구분되며 ‘그룹 2A’는 발암 가능성이 충분한 물질로 포름알데히드, 디젤엔진 배기가스 등이 이에 속한다. 휴대폰이 포함된 ‘그룹 2B’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등급으로 중간에 해당하며 가솔린엔진 배기가스가 이에 포함된다. 국제암연구소 실무 그룹은 이 같은 휴대폰 유해성 발표에 대해 가능한 모든 과학적 증거를 검토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WHO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국제암연구소 조너선 새멋 소장은 "관련 증거를 검토한 결과 실무 그룹은 무선 전자기장이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며 일부 증거들은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의 한 형태인 신경교종의 위험 증가에 상관관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WHO가 휴대폰의 인체 유해성을 지적한 것은 오래됐지만 ‘발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WHO의 발표가 휴대폰 제조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 발생 위험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소비자들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 분명한 데다 이를 방조한 정부, 제조업체들의 책임론까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이동통신사업자 대표조직인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WHO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CTIA는 5월 31일(미국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WHO의 조사 결과가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편견과 오류가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하며 휴대폰 발암 위험 등급도 커피 수준으로 낮은 등급이라고 주장했다. CTIA 홍보담당 존 월스는 로이터통신에 “국제암연구소의 등급 분류는 휴대전화 사용이 곧바로 암을 유발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커피나 절인 채소와 같은 물질도 2B 등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뇌 활동 촉진과 종양 발생 위험성 연구 결과 ‘눈길’ 이번 WHO의 휴대폰 위험성 경고는 전자파에 기인한다. 전자파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에서 발생한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나뉘는데 이 둘 모두 문제가 되고 있다. 전기장은 주로 피부를 통해 흐르며 피부질환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고 자기장은 혈액 내 철 성분에 영향을 미쳐 백혈병 등 혈액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간 의학계에서 지속돼왔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휴대폰의 전자파는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휴대폰 사용이 종양 발생에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교수팀은 2009년 ‘휴대전화 사용과 종양의 위험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종양 발생 위험도가 18% 더 높게 나타났다. 10년 이하 사용 그룹에서는 휴대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사용자와 적게 사용한 사람 간에 종양 발생 차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폰 이용이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해외에서도 존재한 바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립건강연구소는 휴대폰 전자파가 뇌의 활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들에게 50분간 휴대폰을 사용하게 한 후 뇌를 측정한 결과 이들에게 안테나와 가까운 부분의 뇌 활동이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러한 휴대폰 전자파가 남성의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캐나다 퀸즈대학 약리학 라니 샴룰 박사는 1993년에서 2007년까지 불임클리닉을 찾은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분석 결과 휴대폰 사용자가 휴대폰이 없는 사람에 비해 정자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샴룰 박사는 “휴대폰 사용자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중요한 생식호르몬인 황체형성호르몬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정자의 생산과 생식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뚜렷한 개연성 있진 않지만 ‘안전’하다고 장담 못해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WHO의 이번 경고가 휴대폰과 뇌종양, 암 발생의 구체적인 연관성과 과학적 메커니즘이 규명됐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지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볼 때 암 발생 개연성이 의심되는 만큼 휴대폰 사용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공두식 교수는 “휴대폰과 암 발생의 연관성은 과거 2000년부터 꾸준히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호 연관성에 대한 결론이 완벽하게 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이어 “이번 발표 역시 휴대폰과 뇌종양 발생이 연관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발생기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을 못하고 있어 과거 논문에서 언급됐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또한 휴대폰이 뇌종양이나 암 유발에 개연성이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춘은 7일 미국에서 1990년 이후 휴대폰 사용이 500배나 증가했지만 뇌종양 발병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휴대폰을 사용한 1980년대 미국 내 뇌종양 발병률이 늘기 시작해 1990년에는 100만 명 당 70명이 뇌종양을 판정 받는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1991년부터 뇌종양 발병률이 오히려 하락해 2008년에는 100만 명 당 65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휴대폰 전자파 노출량은 휴대폰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사용시간도 500배나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브라운대학 전염병학과 데이비드 사비츠 교수는 “하루 평균 휴대전화 사용량과 100만 명 당 뇌종양 진단건수 간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서 휴대전화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휴대전화 사용자와 뇌종양을 일으키는 전자파 노출간 (시간) 지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전자파 피해가 우려되는 제품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두통, 어지럼증, 이명 등의 가벼운 증상뿐 아니라 뇌종양이나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특히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안테나와 본체의 연결부에서 집중적으로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안전하게 쓰려면 WHO는 휴대폰 뇌종양 위험성을 지적하기 전에 이미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사용법을 권장하는 ‘휴대폰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WHO의 이 가이드라인은 ▲어린이들은 가능하면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 것 ▲휴대폰은 가능하면 몸 가까이 두지 말 것 ▲장시간 통화할 때는 유선전화를 이용할 것 ▲전자파 방출이 적은 휴대전화를 골라 사용할 것 ▲웬만하면 문자메시지를 활용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는 머리에 바짝 대지 않고 이어폰이나 핸즈프리를 사용해 10분 이내로 통화하는 게 좋다”면서 “특히 외출 시에는 옷 주머니보다 가방 안에 넣어 다니고, 잠잘 때도 멀리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정부, 전자파 종합대책 3분기 중 수립 전자파 보호기준 얼굴에서 몸통과 사지로 확대 정부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는 없다며 인체 유해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만큼 전자파 인체보호를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에서 머리에만 적용되는 휴대폰 전자파 인체 보호기준을 팔과 다리 등으로 확대하고 휴대폰 이외의 태블릿PC 등의 기기에도 전자파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파 종합대책’을 늦어도 올해 3분기 안에 수립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방통위 최우혁 전파기반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WHO의 발표를 계기로 인체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늦어도 3분기 안에는 전자파 종합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어 휴대폰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WHO의 발표는 장기간 사용자에게서 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연구기관, 의과대학 등이 2000년부터 전자파 인체유해성에 대해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유해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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