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LG 등 유명 업체들이 정수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반 가정집이나 사무실에서는 정수기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아 이들 회사는 ‘정수기 렌탈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명업체이니만큼 믿고 계약한 렌탈 정수기의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박 모씨는 정수기업체 중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웅진코웨이의 정수기를 렌탈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고 있다. 담당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집을 방문해 정수기 내부를 청소해주는 시스템으로, 일반 사용자들은 내부 청소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돼있다. 어느 날 관리자가 어김없이 김 씨의 집을 방문해 정수기 청소를 시작했고, 김 씨는 이를 지켜보게 됐다. 관리자는 티슈를 꺼내 정수기 내부 필터 쪽을 몇 차례 쓱쓱 닦더니 청소가 끝났다며 나가려 했다. 김 씨는 청소가 너무 일찍 끝났다 싶어 내부를 슬쩍 들여다보니 시커먼 때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김 씨는 이를 보고 당황해 “전혀 청소가 안 된 것 같다”며 내부를 만지려 하자 담당자는 “관리자 말고는 이곳에 함부로 손대며 안 된다”며 김 씨를 막았다. 김 씨는 “그럼 그 티슈 한 장을 더 달라. 안에 때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다시 닦아야 겠다”고 말하자 담당자는 “이 티슈는 한 가정 당 한 장씩만 쓰게끔 돼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먹는 물인데 믿고 마실 수가 없다”며 “웅진코웨이 측의 성의 없는 관리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또 다른 주부 이 모씨는 청호나이스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다. 정수기 계약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이 씨는 물에서 이상한 이물질을 발견하게 됐다. 이 씨는 ‘내가 컵을 깨끗이 씻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무심결에 넘어갔지만 몇 차례나 더 물에서 하얀 가루같은 이물질이 발견됐다. 정수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씨는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 측은 “그럴 수도 있다”며 “필터에서 하얀 가루가 나올 수도 있는데 먹어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이 씨는 결국 관리자를 직접 집으로 불렀고, 그 관리자는 확인 후에 “먹어도 괜찮다”며 “청소를 깨끗이 해주면 불순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먹어도 괜찮다면서 청소를 깨끗이 해주면 줄어든다니, 그렇다면 청소를 깨끗이 하지 않았다는 소리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얼마 전 정수기업계에 뛰어든 LG정수기도 관리 미흡 문제는 피해갈 수 없었다. 김 모씨는 LG정수기를 렌탈해 한 달 쯤 이용하던 중 정수기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느꼈다. 3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와 함께 마시는 물이기 때문에 김 씨는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아이가 먹은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고 너무 화가 났다”며 “서비스센터에 이를 알려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위약금을 내야만 해지를 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화가 난 김 씨는 직접 기사를 집으로 불렀고, 기사는 “잘 모르겠다”며 내부의 물을 전부 빼놓고 갔지만 소독약 냄새는 여전했다. 김 씨는 몇 차례 LG측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LG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위약금을 내라”였다. 위 사례들과 같이 정수기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제보는 어마어마하다.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웅진코웨이의 경우 실제 온라인상에 ‘웅진코웨이 정수기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페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몇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정수기 관리 실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은 ‘비위생 정수기’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소비자들은 정수기 위생 관리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지만 업체들의 개선 환경은 눈에 띠지 않는 실정이다. 렌탈정수기의 이물질 혼입 및 수질 이상 시 교환 하거나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 가능해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피해 사례들과 관련해 “렌탈정수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이물질 혼입 및 수질이상시 제품교환 또는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며 “그로 인한 부작용 또는 인체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치료비 등을 배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수기 수질 이상과 관련해서는 관련 기관의 품질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수질에 대한 품질테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정수기 이용 시 이러한 불편사항들을 접수해 한국소비자원 혹은 소비자상담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특히 정수기의 경우 전문 기술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내부를 청소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부 필터는 일반 사용자들이 함부로 손댈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항상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수기 물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할지라도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여과성능을 가진 정수기라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수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정수기의 핵심이 되는 필터교환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잊기 쉬운 부분”이라며 “필터 교환 시기를 체크해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깨끗한 정수기 관리법 1. 전문 기술자를 통해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환한다. 2. 한 달에 한번정도 탱크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다. 3. 정수기가 놓이는 주방은 물과 적정한 온도,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벌레가 활동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에 항상 깨끗이 정돈한다. 4. 장기출장, 휴가 등으로 오랫동안 물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저장 탱크의 물을 완전히 빼고 깨끗이 청소를 한 후 잘 헹구어 사용한다. 새로 정수된 물도 한번 정도는 비워내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