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가는 감성으로 패션의 첨단화를 선도하는 자타공인 ‘패션계의 살아있는 신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74)의 사진작품들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인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라거펠트 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활동에 참여하며 출판인이자 사진가 그리고 단편영화 제작자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멀티플레이어로서 라거펠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그의 작품에 어떠한 영감을 주고 있는지 살펴본다. 펜디(Fendi)의 수석디자이너로 50여 년간, 또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30년 가까이 활동해 오고 있는 만큼 라거펠트는 우리나라에서 ‘패션디자이너’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는 전문 사진가로서의 명성 또한 대단하다. 1987년 샤넬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본격적으로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한 라거펠트는 패션은 물론 인물, 누드, 정물, 풍경,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스타일이 전혀 다른 다양한 사진들을 남겼다.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의 양도 방대하다. 그는 종종 “패션은 변화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로마를 거쳐 국내에서는 대림미술관에서 10월 13일부터 2012년 3월 18일까지 열리는 라거펠트의 전시에는 샤넬과 펜디의 2011년 F/W 컬렉션 사진부터 유명 모델들을 대상으로 작업한 인물사진 그리고 건축, 풍경, 실험사진 등 그가 수년간 제작해온 사진작품 400여 점이 전시된다. 아날로그 사진부터 디지털 사진까지 다양한 테크닉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라거펠트는 회화, 영화, 건축, 코미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사진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초기 독일 사진에 매료되었던 그는 좋아하는 사진작가로 알프레드 스티글리치, 에드워드 스타이겐을 꼽으며, 흑백사진을 선호한다. 특히 폴라로이드를 사용하거나 유제를 종이에 직접 발라 인화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그의 작업에서는 회화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샤넬과 펜디의 2011 F/W 컬렉션 이미지와 그가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라거펠트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전시기간 동안 샤넬 컬렉션 화보 촬영에 사용한 즉석 사진기계가 전시장에 비치되어 관객들이 직접 촬영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문의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