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목적이 있고 꿈꾸는 이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그 점을 점점 잊고 살죠.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을 뿐이에요. 작품을 통해 그 부분을 마음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고 싶어요.” 한국화적인 선의 곡선미가 돋보이는 작업으로 강렬함을 선사하는 젊은 작가 KAY(본명 정가영)의 개인전 ‘인사이드 마이셀브즈: 인텐션, 인-텐션(Inside Myselves: Intention, In-tension)’이 인사동 더 케이 갤러리에서 11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그녀는 인간의 자아충돌을 주제로 누드 그림을 그린다. 여기서 일반적인 누드 그림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쉽게 생각하는 누드 그림이 아니라 선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남자 모델을 주로 그리는 그녀의 작품은 언뜻 보면 한눈에 누드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녀는 전통 채색화에 서양의 재료를 사용해 작업한다. 작품 속 인물은 같은 자세로 겹치듯 오버랩된다. 특히 격자무늬로 촘촘히 채워진 화면에서 겹쳐진 부분이 마치 기형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아충돌을 표현한 것이다. “내 자신이 스스로 자아충돌을 느껴 작품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남자모델을 주로 그린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 역할을 많이 해오면서 남자가 되고 싶기도 한 영향이 크죠. 사회 속 남녀의 본성과 본능이 정해져 있는데 여자로서 이런 부분에 충돌을 느꼈어요. 또한 살아가면서 바라는 이상향과 현실 사이에서의 충돌, 내가 원하고 또는 원하지 않는 부분에서의 충돌 등 수없이 많은 충돌을 겪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선을 중요시하는 그녀이기에 모델의 체형에 따라 그림의 느낌도 다르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례적으로 남성의 성기가 모두 과장되게 표현됐다. 이 때문에 외설적인 작품이 아님에도 모델을 섭외할 때나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임팩트를 준다고 받아들이며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그녀는 웃어보였다. “모두가 삶의 목적을 갖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흘려보내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질 못하는 거죠. 제 작품을 통해 그러한 충돌을 느끼고 표출하면서 목적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번이 첫 개인전인 만큼 부담감과 걱정이 앞서지만 기대도 된다는 그녀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고 준비한다”며 “마음 속 충돌로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작업해 가다보면 충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지 않을까 한다”며 세상으로의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