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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반장식 “기술과 경영이 만나야 한국의 잡스가 나오죠”

MOT 과정 개설해 첨단인재 키우는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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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1호 최영태⁄ 2011.12.05 11:19:36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곧잘 내건 사진이 있다. 바로 테크놀로지 거리와 리버럴 아츠 거리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 주는 도로 표지판이다. 우주에 흠집(dent in universe)을 낼만한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면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와 애플의 지향점을 시각화한 사진이었다. 잡스의 업적은 사실 모두가 융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산업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아이팟은 오직 잡스만이 만들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음악 쪽 사람들은 테크놀로지를 모르고, IT(정보통신) 쪽 사람들은 음악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만이 양쪽을 다 알면서 그 접합점을 찾는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첨단 디지털 경쟁시대에서 ‘융합’이 새로운 키워드가 된 가운데, 경영학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이라는 새 비전을 일구는 곳이 있다. 바로 서강대의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다.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시도했다면,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기술과 경영학의 접목을 추구한다. IT 업계 현장을 접해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기술자는 경영을 모르고, 경영자는 테크놀로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기술자가 경영을 모르면 아주 좋은 첨단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한다. 반면 테크놀로지를 모르는 경영자는 기술자 위에 군림하면서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걸작’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애플의 성공 신화 뒤에는 잡스의 “우리는 이익이 목표가 아니다. 완벽한 제품을 내놓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익을 내는 것은 완벽한 제품을 내놓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는 정신이 있었다. 재무제표 상의 숫자만 중시하는 ‘순수 경영학적인’ 마인드로는 애플 같은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이치다. 미국에선 20년 역사…한국은 이제 시작 올해 3월 첫 신입생을 받은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반장식 원장은 기술과 경영의 접합점을 찾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미 1981년에 개설돼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미국 MIT대학의 MOT(Management of Technology) 과정 같은 기술경영 명문을 만들겠다는 것이 반 원장의 목표다.

서강대 MOT 과정은 교수진부터 커리큘럼, 학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융합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대학원 과정이라면 흔히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상아탑 같은 학문 연구의 현장을 떠올리기 쉽지만 서강대 MOT는 그렇지 않다. 우선 교수진에 기술경영의 전문가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천경준 씨젠 회장,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등 현장경험이 풍부한 경영 전문가들이 겸임교수를 맡았다. 또한 이휘성 한국IBM 대표이사,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등 외국계 기업 대표들은 멘토를 맡아 학생들을 지도한다. “MOT 과정을 개설한 대학 중 겸임교수 멘토십 제도를 도입한 것은 서강대가 처음”이라고 반 원장은 소개했다. 교수진의 구성은 물론 가르치는 내용도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기술-경영 분야의 CEO 3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영지식과 기술을 커리큘럼에 반영시킨 것도 서강대 MOT의 특징이다.

학생의 구성도 재학생 50명 중 현직 산업체 종사가가 40명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기업 현장의 경험을 더욱 쉽게 나눌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기업 임원, R&D(연구개발) 부서팀장, 연구기관 책임연구원, 특허법인 파트장 등이 포함돼 있다.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반 원장 자신도 융합-통섭의 대표적 인물이다.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해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한 반 원장은 이후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 차관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고려대에서 각각 석사(공공정책)와 박사(행정학) 학위를 받았다. 정부, 기업, 학계 등을 두루 거친 그 자신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융합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경영학의 성과를 과학기술에 접목시킨다” 애플의 아이폰 등이 지구촌을 휩쓴 뒤 한국에선 ‘왜 우리에게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없냐’는 한탄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반 원장은 “과학기술과 경영학을 접목시킨 뛰어난 기업-경영자가 나오려면 우선 기술혁신이 있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떠한’ 기술혁신이냐 하는 점”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혁신에 더해 마케팅 능력과 경영능력의 조화까지 더해져야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와 업계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공유하면서 융합을 꾀해야 지구촌을 흔들만한 신제품-신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경제성장기에는 의대, 법대와 더불어 공대 역시 최고의 엘리트가 가는 코스였다. 그랬기에 오늘날 전자 분야 등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는 기업-기업인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을 모르는 기술인’이 경영학 등 인문사회 전공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밀리면서 “경영학과가 최고”라는 상식이 한국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늘날 최고 엘리트들이 경영대학으로 몰리는 양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처럼 한 분야로 두뇌들이 모이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면 그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서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서강대 MOT 과정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현재 세계 탑 수준에 접근하는 실력을 인정받는 국내 경영대학의 노하우를 과학기술에 접목시켜, ‘과학기술 대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경쾌하게 만들 수 있을 건이란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서강대 MOT는 심지어 학비도 융합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하기 때문에 일반 대학원 진입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 그리고 산업체 종사자에게는 등록금의 절반이 장학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기술과 경영학, 정부와 학교가 만나 첨단 인재를 키우는 산실이 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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