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여성으로는 드물게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낸 과학자다. 박 의원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대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복지 문제를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12월 8일 오후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경제가 성장한다. 자동차 산업 발전 등도 그냥 성사된 것이 아니라 남의 기술을 배운 것도 있지만 새로운 응용기술을 배워 여기까지 왔다”며 “새로운 과학기술로 인재를 만들고, 지식 나오고, 벤처 기술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다시 새로운 투자 사업을 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구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기술이 바로 복지와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같은 당 박근혜 전 대표도 공감했다. 박 전 대표는 12월 2일 국회도서관에서 박 의원이 주최한 ‘지식창조형 이공계 인재양성 및 활용방안’이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나, 젊은이들이 애타게 찾는 괜찮은 일자리들도 결국 과학기술과의 융합에서 나온다는 철저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재를 많이 길러야 하겠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 경제 발전에도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국회에 과학기술계 출신이 좀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과학계는 모든 정치 문제를 떠나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하나가 된다는 데 다른 어떤 계통보다도 철저하다”고 격려한 바 있다. 이에 박 의원도 “기업에는 많지만 정부와 국회엔 여전히 이공계 출신 비중이 미미하다”며 “이공계 출신이 디시전 메이커(정책 결정권자)의 20~30% 정도는 돼야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기술 강국 로드맵이 완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공계 위기는 교육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전제한 뒤 2004년 제정한 ‘이공계 특별지원법’을 보완할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21C 지식기반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과학기술경쟁력에 달려 있고, 지식창조형 이공계 인재 확보가 국가 미래의 핵심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26%를 훨씬 상회하여 양적으로는 충분해 보이지만, 작년 IMD 보고서에 이공계 인력의 질적 측면에서는 세계 47위로 평가되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선정 과학기술 분야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는데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과학자 출신이라서 과학계에서 앞으로 더욱 잘 하라고 저를 격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각종 과학 정책에 가능한 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하겠다. 과학기술계 분들은 대체적으로 본인의 연구에 몰두하고, 과학정책 등 국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기술부가 해체되는 극약처방을 받은 후 과학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이 많아졌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여러 과학기술 단체, 학회, 협회의 중앙회 격인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비롯해, 과학기술 NGO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계의 요구사항을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국회에 들어와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국회 안에 과학기술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 주실 수 있는 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의원들이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과학기술만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과학기술 정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사람이 더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과학기술계 출신인 서상기 의원이나, 배은희 의원이 많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과학기술 정책이 비단 교육과학기술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경부에도, 국토부에도, 환경부에도, 보건복지부에도, 농림부에도 과학기술 정책이 있다. 이를 담당하는 해당 상임위원회에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박근혜 전 대표가 12월 2일 박 의원이 주최한 ‘지식창조형 이공계 인재 양성 및 활용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물론 앞서 11월 28일에도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장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견해를 밝혀 달라. “잘 알고 있겠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를 전공한 과학기술인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실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운영을 성정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주최한 토론회와, 박 전 대표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 단순히 ‘과학기술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추상적인 격려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 전담부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구체적이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선 1년에 100건이 넘는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 국회의원들은 관심을 가진 토론회나 친분 있는 동료의원이 개최하는 토론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4년 동안 과학기술 관련 토론회를 30여 차례 개최했지만 아무래도 과학기술 분야 토론회는 비인기 종목이다. 그런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최근 빡빡한 정치일정 속에서도 내가 개최한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격려말씀을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과학자 출신으로 4년간 과학기술정책을 접하다 보니,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 이해를 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을 대하는 마인드가 크게 차이난다. 이런 의미에서 유력한 대권주자의 한 사람인 박 전 대표가 과학기술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 현재 한나라당 사태가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왜 이러한 사태까지 왔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정당과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러 원인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회가 어려워졌다. 계속 성장하다가 경제 위기 오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 새 일자리를 못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이 생기고 세대 갈등도 불거졌다. 부동산 문제 등 경제가 어려워졌다.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잃었다. 거시적 지표로는 대한민국이 괜찮다고 느껴지지만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 있다. 과거에 비해 좋아졌고 지난 3년 간 상황을 보면 경제 위기는 극복됐다고 하지만 국민과 소통을 하지 못해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를 타개하려면 선진 시스템을 갖춰 사회 인프라를 갖추고, 법치를 실행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정당이 없다’가 30% 이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교수 등이 정치 전면에 부상하면서 시민세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더욱 크게 생겨난 것이다.” - 그러한 매듭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당을 해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방법을 찾고 마음을 합쳐 재창당 한다는 정치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탈당 등은 방법이 아니다.”
- 진정한 복지란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가. “그 동안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복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선순환 구조가 작동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대기업 위주로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았다. 그 부분이 해소 안 되니까 청년 실업이 많아졌다. 결국 일자리가 복지다. 진정한 복지는 좋은 일자리다. 그러므로 복지 한다고 세금 많이 걷는 것은 아니다. 고용을 통해 부를 창출 못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은 진정한 복지라 할 수 없다. 일하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사는 분들은 지속적일 수가 없다. 그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본인도 행복하다. 일할 수 있는 복지가 진정한 복지다.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 대기업이 성장해도 좋은 일자리가 안 나온다. 혁신적 중소기업이 커야 한다. 1인 기업이 커서 중소기업이 되고 혁신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 애플도 몇 사람이 만들어 엄청난 수요를 만들었다. 아이폰을 세상을 내놓아 거의 모든 지구인이 그걸 원하도록 만들지 않았는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업 패러다임이 중요하다. 창조적인 기업을 만드는 쪽으로 갔을 때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는 복지라고 하는데…. “정부는 내년 청년창업 예산으로 4953억 원을 편성했다. 그것을 일회성으로 나눠주는 걸로 끝내면 안 된다. 제대로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1, 2년 지켜보고 가능성 있는 직업에 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나스닥 상장기업 개수가 유럽 전체의 두 배나 된다. 이스라엘에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술 벤처들이 돈이 없어서 진출한 게 아니다. 외국 업체와 경쟁하려고 나스닥에 상장한 것이다. 이처럼 상장은 외국에 나가서 해야 한다. 새로운 과학기술로 새로운 인재를 만들고, 지식이 나오고, 기술 벤처 만들어지고, 거기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다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구조가 생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곧 복지다.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경제가 발달한다.” - 박근혜 전 대표도 전자공학과 출신인데 평소 교감을 이루는지. “당시 여성으로서는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공학과 70년대 학번 중 여학생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서강대 출신으로는 박 전 대표가 최초라는 생각도 든다. 과학기술은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어려운 시절에 연구원을 세웠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키스트, 카이스트, 대덕연구개발단지 등이 이미 70년대에 만들어졌고,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핵심이라는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다. 과거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를 아꼈다. 집현전 학자는 4분의 1이 과학기술자다. 그 중 한명이 장영실이었다. 세종대왕 시대에 전 세계 특허의 반 정도를 우리나라가 갖고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세종대왕 시절에 과학기술이 발전했다. 세종대왕의 정치적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 행정부처와 국회에 이공계통이 별로 없다. 과학기술은 국가발전의 핵심 요소다.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전 사태나 구제역, 의료도 과학기술이다. 지구의 물 문제, 온난화, 자원에너지 부족 등을 해결하려면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