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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성 칼럼]옥시토신으로 오르가슴 줬는데 바소프레신 없다고 배신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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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3호(송년) 박현준⁄ 2011.12.19 11:34:08

인간이 본래 선하게 태어났는지 또는 악하게 태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반드시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평가돼서는 안 될 것 같다. 몹시 화가 났을 때나 성적으로 매우 흥분됐을 때의 자기 마음을 되돌아보면 좀 이해하기 쉬워진다. 평상심을 잃고 의식에 변질이 오면 간혹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의 마음을 조절하는 제 3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근래 자기공명장치를 이용해 기능과 형태에 대한 지식과 분자 수준까지의 화학적 정보들을 알게 되면서 종래 정신적이거나 인간의 마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결국 사랑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어떤 화학반응의 하나이며, 이런 반응들은 주로 뇌에서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뇌에서는 화학물질들을 매개로 한 복잡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며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5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현재 알려져 있다. ‘사랑은 화학’이니 ‘화학적 사랑’이니 하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봐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몸에는 약 1조개 이상의 세포가 있는데 그중 20% 정도가 뇌에 존재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들 신경세포가 전기화학적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로 사랑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뇌세포들은 시냅스란 구조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신경전달물질들을 통해 신경세포 간의 신호가 전달된다. 신경전달물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도파민은 쾌락과 정열적 움직임, 긍정적인 마음, 성욕과 식욕 등을 노르아드레날린은 불안, 부정적 마음, 스트레스 반응 등을 관장한다. 세 번째로 세로토닌은 이들 두 가지 신경을 억제하고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불안한 감정도 갖지 못하게 평온함을 유지시키는 물질이다. 따라서 세로토닌 신경이 활성화된 사람은 평상심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실들은 환자를 치료하던 약물들을 통해 대부분 알게 됐다. 항 우울제인 소위 SSRI 계통의 약 즉, 뇌의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을 투여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어 우울증 등 원인으로 성욕이나 친밀감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성적 동기부여가 잘 안 되고, 성욕이 늦게 일어나며 남자의 경우 사정 시간이 길어지는 등 억제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이렇게 중추에서는 성에 억제적으로 작용하지만, 말초에서는 혈관을 이완시켜 성 반응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양면성이 있다. 사랑에는 끌리고(호감), 매혹당하고(매료), 떠나지 못하는(애착) 세 단계 있고, 이 단계마다 관여하는 호르몬 있으니 당신의 호르몬은 충분? 또 파킨스씨병이나 다리를 떠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들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성욕을 높임은 물론 여성에서 강한 성적 동기부여에 관여하고, 성교 회수, 능동적 성 반응, 성적 쾌감 등을 증가시킴을 알게 됐다. 이때 테스토스테론이 도파민 분비에 촉매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사랑에는 ‘호감’, ‘매료’, ‘애착’의 세 단계가 있다. 이성에의 호감(imprinting) 단계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은 무엇보다도 페로몬이다. 동물에서는 페로몬이 이성을 유혹하는 중요한 물질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냄새도 물질인데, 페로몬처럼 코가 인식을 할 수 없는 냄새도 있다. 물론 맡을 수 있는 냄새도 있다. 5감 중에서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우리의 감정중추인 변연계로 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냄새다. 그만큼 냄새는 사랑에서 너무 중요하다. 외모나 배경이 별로인 이성에게 갑자기 호감을 느끼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몸 밖으로 배출되는 이런 물질들은 주로 겨드랑이와 성기의 큰 땀샘에서 나온다. 사춘기 이전에는 별로 없고, 여자의 경우 폐경 후에 거의 없어진다. 남자의 음낭에서 나는 완고한 냄새도 대개 육십 대 후반이면 없어진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후각은 배란기에 가장 강하며, 특히 좌우 대칭형의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그 밖에 호감 단계에서 필요한 화학물질로는 남성 및 여성호르몬을 빼 놓을 수 없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임을 확인케 하는 사실들이다. 매료(attraction) 단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으뜸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기억력이나 주의력 집중에도 필요하지만 인간의 쾌락과 동기부여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즉 인간이 즐거움을 느끼거나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결정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주로 뇌의 전엽부에서 분비가 되며, 음식이나 성행동, 약물 같은 것에 관한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도 한다. 간혹 식욕이 떨어지고, 잠이 잘 안 오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손바닥에 땀이 나며 심하면 호흡이 이상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이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외 페닐에틸아라민이라는 암페타민과 비슷한 물질도 나오는데, 이 물질은 인간에게 행복감을 안겨주고 약간의 항암 작용도 한다고 한다. 초콜릿에도 존재한다고 하니 초콜릿을 먹으면 별 투자 안 하고 사랑할 때 얻는 효과의 일부를 간접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녀가 사랑에 깊이 빠지고 접촉이 자주 이뤄지기 시작하면 늘 함께 있고 싶어지는데, 이때가 애착(attachment)의 단계이며, 옥시토신, 엔도르핀, 바소프레신 같은 물질들이 많이 나온다. 옥시토신은 원래 출산 때 통증을 줄이고 젖 먹일 때 유선을 수축시키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건전한 대인관계를 제대로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라고 한다. 특히 여성의 여성다움이나 모성애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로, 출산 뒤 아기에게 젖을 먹인 직후 그 혈중 농도가 가장 높아지므로 이런 경험이 있는 부인들은 그 효과를 기억할 것으로 본다. 옥시토신이 주는 이런 평화로운 마음은 수유 때뿐 아니라 오르가슴 같은 성적 즐거움을 얻었을 때도 얻어지지만 약 일주일 뒤면 영향이 없어진다. 사랑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냐. 머리로 생각하면 별로인 상대인데, 막상 옆에 서니 마음이 훅간 이성 없었나? 그런 게 바로 호르몬이 일으키는 ‘사랑의 화학’ 엔도르핀은 잘 알려진 물질로 아편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뇌하수체 등에서 나온다. 강한 진통 효과와 함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혈관 벽을 건강하게 만든다. 항산화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를 제거하며, 기억력마저 증진시키므로 정말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바소프레신은 특히 사랑의 이성 즉 오랜 관계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호르몬 얘기를 들어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서 꼭 마음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지 말자. -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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