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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익, “살벌한 세상에 맞서 인간미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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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3호 왕진오⁄ 2012.05.07 10:58:49

이만익 화백은 단순화된 형태미를 진한 윤곽선과 토속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선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지만, 표현된 내용은 매우 소박하고 정겨움이 물씬 풍긴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원색으로 한민족의 정서를 담아내지만, 또한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만익 작가는 최근 미술 작품들 안에 인간미가 너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사라지고, 조롱의 대상만이 천지에 널려 있다. 인간을 너무나 비하시하는 현실에서 인간의 참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나는 인간의 좋은 면만 보여주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과 시구를 화면에 담아내다 자신과 같은 예술가가 인간을 위하지 않으면 살벌한 세상이 도래할 것 같아서 휴머니즘에 맞춘 작품들만을 골라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예술가는 그려보고 싶은 것을 그려야 한다”는 말과 함께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생각하면서 그린 2008년 작 ‘표범’을 이야기했다. “추운 정상에 올라가면 죽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모습을 눈에 담고서 생명을 다한 야수처럼, 소설을 통해 감명을 받은 화가가 그려보고 싶은 것을 그려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길 아닐까”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밖에도 이육사,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등의 소설과 시 구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기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톨스토이 바보 이반’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심각한 주제를 동화적인 모티브로 그려낸 작품이다. 추운 겨울에 벌거벗긴 천사를 중성적 의미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형태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그림에서 휴머니즘과 인간이 없어지고 나니, 조롱의 대상으로만 표현되고 있다”면서 “미디어들은 인간을 비하시하는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을 위하지 않으면 살벌한 세상이 올 것 같아서 내 작품의 중심에 휴머니즘을 놓았다”고 말했다. 소설과 영화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오늘의 상황에 맞춰 형상화 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화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모든 삶의 완성을 그림으로 이룩한다 미술계에서 이만익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흔히 서명이 없이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진한 윤곽선에 둘러싸인 단순화된 형태와 토속적인 색채로 대표되는 이만익의 화풍은 1978년 완성됐다.

35세였던 1975년 그는 서양 유명 화가들처럼 되고 싶은 희망에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현지에서 원화를 보면서 놀란 사실은 그들의 그림에는 자신들만의 색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류는 절대 안 된다는 독자성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한국 정서의 표현은 서양인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며 한국적인 모티브인 어머니, 가족, 역사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그것을 자신의 화제로 삼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1978년 개인전에서 비로소 그만의 색깔을 갖춘 작품들을 내보일 수 있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전업 작가이다”라는 이 작가는 “내 삶은 그림을 통해 만들어져 왔으며, 그래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그린다”고 말했다. 화가가 만들어낸 그림의 최종 종착지에 대한 그의 생각도 확고하다. “그림은 화가의 영원한 소유가 아니다. 그림은 사회에 남는 것이고, 좋은 사회는 그림이 공공장소에 걸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이다”라면서 개인만을 위한 소장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개인이 그림을 수집하더라도 그 그림의 감상은 공공에 개방하는 해외의 기증자 전시관 같은 미술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감을 가진 화가가 되기를 꿈꿨던 이만익 화백은 그러나 자신이 온전히 배어 있는 작품이 없는 것을 발견한 이우 더욱 한국적 정서에 매달렸다. 어머니, 가족, 역사 이야기 등을 작품에 그려 넣게 된 이유다. 최근까지 40여 회의 전시를 통해 2000여 점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것 같다는 화가 이만익은 자신의 여생에 대해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틀에 얽매이기 쉽지만 작가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틀을 깨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워지고 싶다. 나의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여생 동안 내 틀을 뛰어넘어 보다 확장된 작업을 펼쳐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피카소처럼 자신의 틀을 수차례 뛰어넘을지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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