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각색한 작품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백설공주를 강한 여성으로 해석한 영화 ‘백설공주’가 최근 개봉했고, ‘신데렐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은 뮤지컬이나 발레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 중 유독 큰 스케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키드’의 호주 공연팀이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내한 공연을 갖는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초연 이후 9년째 브로드웨이에서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우고, 토니상과 그래미상 등 세계 유수 상에서 35개 부문 상을 석권한 작품이다. 원작 동화는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와 함께 모험을 하는 내용을 그린다. 이를 각색한 그레고리의 소설 ‘위키드’에서는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위키드’도 오즈에서 살아가며 나쁜 마녀라 일컬어지던 초록색 피부의 마녀 엘파바와 야망이 가득한 금발의 착한 마녀 글린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왜 이들이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 불렸는지, 정작 그들의 속내와 성격은 어땠는지 색다른 시선으로 마녀들을 바라본다. 내한 공연에서는 2008년 뮤지컬 ‘위키드’ 호주 공연의 초연 멤버로 참여한 젬마 릭스가 나쁜 마녀 엘파바를, 수지 매더스가 착한 마녀 글린다를 맡는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이들의 포부가 어떤지 들어봤다. - 한국에서 공연하는 소감은? 젬마 릭스 “2008년 뮤지컬 ‘위키드’ 초연에 참여한 지 어느덧 4년째인데요. 올해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수지 매더스 “저는 인기 많고 생기발랄한 마녀 글린다 역을 맡고 있는데, 이 캐릭터의 매력을 한국 관객에게 알릴 수 있게 돼 설레요.” -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이번 공연에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수지 “차별화를 두기보다는 브로드웨이와 아주 똑같은 공연을 보여주려고 해요. 위키드는 나쁜 마녀라 오해 받는 엘파바와 인기 많은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리는 공연인데요. 원작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안다면 위키드는 굉장히 반전으로 다가올 수 있을 거예요.” 젬마 “아마 공연을 보시면 거대한 무대 세트와 화려한 의상에 입을 떡 벌리게 될 거예요. 8세부터 80세까지 모두가 좋아할 공연이라고 자부해요.”
- 뮤지컬 ‘위키드’에서 4년 동안 같은 역할을 맡아왔는데 각자 맡은 캐릭터의 매력은? 젬마 “엘파바는 피부가 녹색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아요. 아마 살면서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이밖에 하늘을 나는 등 무대 위에서 신나는 일들이 많아 이 역할에 4년째 푹 빠져 있네요(웃음).” 수지 “글린다는 처음 등장할 때 공기방울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주 생기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줘요. 처음엔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줘요. 저도 그런 글린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 뮤지컬 노래 중 특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 수지 “글린다로서는 ‘파퓰러(popular)’라는 곡을 좋아해요. 인기 많은 글린다의 성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노래인데 굉장히 생기발랄하고 밝아요. 노래를 끝마치고 나서도 좋은 에너지가 몸에 감돌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공연 전체적인 면에서 보자면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좋아해요. 사실 이 노래는 제가 중심이 아니라 엘파바가 전면적으로 부르는 곡이에요. 저는 이 노래에서 맡은 부분이 많진 않지만 엘파바와 함께 부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젬마 “저도 역시 ‘디파잉 그래비티’가 좋아요. 아름다운 음악에 항상 놀라요. 이 노래를 저는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부르는데요. 조명과 무대 장치, 음악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해요.” - 극 중 진한 우정을 나누는데 실제 사이는 어때요? 젬마 “수지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극 중 매번 공기 방울을 타고 등장할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나요. 그리고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지! 항상 감동하고 있어요.” 수지 “젬마를 2007년 오디션 때 처음 만났는데요. 4년 동안 함께 일을 하는 동안 밖에서 따로 만나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전 젬마랑 일하게 돼 너무 좋아요. 무대 위에서도 교감하며 좋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어요. 한국 공연에도 같이 오게 돼서 좋아요(웃음).” - 이번 공연의 주제는 뭔가요? 수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우정이에요. 엘파바는 녹색 피부톤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데 우정이란 건 외모만 봐서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피부색이 다른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이 돈독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요. 두 번째는 지금 말한 것과 연결되는 건데 사람의 외모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있어요.” 젬마 “저는 따돌림 당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전 차별을 반대하거든요. 공연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배웠어요. 공연을 보시면 제가 느낀 것들을 공감하실 거예요.”
- ‘위키드’의 글린다와 엘파바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수지 “저는 극 중 글린다처럼 천성적으로 금발이에요. 한국에서는 금발에 대한 편견이 없는데 외국에서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 조금 있어요. 하지만 전 멍청하지 않고 똑똑해요(일동 웃음). 글린다는 캐릭터 자체가 생기발랄하고 항상 들떠 있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2막에서는 풍족하게 살아왔던 글린다가 사회에 부딪히면서 성숙해지는데 어려우면서도 쉬웠어요. 엘파바와 같이 특별하게 녹색 피부로 분장해야 하는 점은 없었지만 인기 많은 글린다는 극 중 사람들과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앙상블 배우들과 많이 호흡을 맞췄어요.” 젬마 “극 중 엘파바는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항상 화가 나 있어요. 그래서 공연 초반에 연출이 화를 더 내라고 요구했는데 힘들었어요. 원래 성격이랑 잘 맞지 않아서요. 하지만 지금은 잘 소화하고 있고요. 전 공연하기 전에 녹색 피부로 분장하고 의상을 갈아입는 데만 1시간이 걸려요. 특히 피부 분장을 할 땐 배우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서 잘 만나지 못해요. 가끔 제가 살아있나 보러 오긴 하는데요(일동 웃음). 그런데 극 중 엘파바가 따돌림 당하는 역할이라 아무도 곁에 있지 않는 게 캐릭터 몰입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 극 중 맡은 엘파바-글린다와 실제 성격이 비슷한가요? 수지 “어렸을 땐 비슷했어요. 관심을 받으려고 별짓을 다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2막에서 성숙해지는 글린다와 더 비슷한 것 같아요.” 젬마 “엘파바는 극 중 책을 많이 읽는 공부벌레인데 저는 전혀 아니에요. 또 엘파바는 굉장히 생각이 많고 서슴없이 말하는데 저는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타입이에요. 하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엘파바의 심정이 이해가 돼요.” - 4년 동안 같은 역을 맡으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젬마 “힘들기도 했죠. 그래서 전 모든 것을 딱 정해 놓으려 하지 않아요. 그 날의 분위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공연을 늘 다르게 해요. 만약에 제가 기존 틀에서 너무 벗어나려 하면 음악감독과 연출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라고 조언해줘요. 그래서 4년 동안 했지만 지금도 초심을 갖고 임하고 있어요.” 수지 “위키드 팀은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연기하면서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줘요. 전 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매번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면서 공연에 임하고 있어서 슬럼프는 극복할 수 있어요(웃음).” -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지 “위키드는 모든 여배우의 로망인 것 같아요. 이 공연에 참여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공연을 보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웃음)!” 젬마 “수지가 말한 것처럼 엘파바와 글린다는 여배우들에게 로망 같은 역할이에요. 이 역할을 한국까지 와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여드려서 여러분들을 절대로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일동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