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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김진수…‘연상 사위’ 맞는 아버지의 떨떠름 사랑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서 딸바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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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4호 김금영⁄ 2012.05.14 11:12:54

최근 70세 노인이 10대 여고생을 사랑하는 영화 ‘은교’가 개봉해 큰 관심을 받았다. 요즘 시대에 사랑하는 데 나이 차이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세간의 뜨거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70대 노인의 사랑을 순수한 욕망이라고 평하는 자도 있었고,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같은 70대 노인과 20대 여성의 사랑을 그린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보고나면 오히려 유쾌해진다. 내용이 무겁기보다 빵빵 터지는 우스운 상황이 이어진다. 코이소 집안의 연례행사 준비가 한창인 어느 날, 장녀 아유미는 40살 연상 남자친구 켄야를 데리고 나타난다. 예비사위가 건실한 청년 사업가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버지 쿠니타로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위의 등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엄마에게만은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버지 쿠니타로와 큰딸 아유미, 작은딸 후지미는 켄야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을 시작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켄야의 아들 겐야까지 등장하면서 새로운 오해가 시작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이 연극에서 논란의 중심축은 아유미와 그녀의 남자친구 켄야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눈길이 가는 중심인물이 있으니 아유미의 아버지 쿠니타로다. 딸의 나이 지긋한 남자친구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거짓말 작전을 펼치는 그는 켄야의 존댓말과 절에 절절매며, 때로는 옆집 아저씨, 엄마의 소꿉친구 역할까지 서슴없이 도맡는다. 그러면서도 진정 딸을 위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모습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팔색조 같은 쿠니타로 역을 배우 김진수가 맡아 열연한다. 김진수는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서도 아버지 쿠니타로 역을 맡아 관객들을 웃고 울렸다. 이번엔 서울 대치동 KT&G에서 6월 10일까지 다시 쿠니타로 역으로 분한다. 원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푸근한 인상 덕분일까. 김진수가 연기하는 쿠니타로는 개그맨처럼 웃기기도 하고, 아버지 같이 자상하기도 하다.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는 연기로 관객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올해 초에 이어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 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워낙 작품이 좋고 재밌고 즐거웠어요. 또 저도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처음엔 어떤 상황만을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작품에 들어간 지 3개월 즈음에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쿠니타로가 켄야를 대할 때 어려워하는 상황만을 생각했는데, 그 이전에 사돈어른을 만나는 기쁨이라든지 다른 감정들도 있는데 이를 놓친 거죠. 그래서 배우들과 토론을 많이 했어요. 공연 시작하기 2시간 전에 미리 와서 서로 대사를 맞춰보고 이야기를 했어요. 공연 마지막 날까지도 ‘엄마가 충격을 받았을 때 이런 행동을 해보면 어떨까’는 식으로 토론을 했다니까요(웃음).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는 이런 작업이 너무 좋아요. 배우가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쿠니타로의 대사가 유독 많은데 대사 외운 것도 아까웠고요(웃음).” - 이번엔 안내상 씨도 같은 역으로 캐스팅 됐는데… “안내상 씨는 저보다 무대 경험과 연기 경험이 훨씬 많아서 안정되고 깊은 연기를 보여주세요. 저는 풀어야 할 숙제인데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더 커질 수 있는 틀인데 애초에 작게 틀을 잡아버리면 작은 범위 안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잖아요.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연기를 자유롭게 못 보여드리는 건 아닌가 아쉬워요. 그래도 전 코미디를 많이 했으니까 웃음이 터질 수 있는 부분은 더 있는 것 같네요(웃음).”

- 실제로 아유미 같은 딸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헉! 그건 안 되겠죠. 과거에 비하면 요즘 사랑에 나이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 많아지기는 했죠. 한 F1 대표가 41살 차이 나는 여성과 결혼했다는 기사도 있었구요. 그 기사 보고 배우들이랑 우리 연극이 억지만은 아니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제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그래도 장인어른보다는 사위가 어려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요? “아직 아기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감이 잡히진 않아요. 막연하게 생각하면 서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권위적인 모습은 싫어요. 극 중 쿠니타로처럼 딸들과 친하고 잘 소통하는 아버지가 좋아요. 당분간은 아직 자식 계획이 없어요. 아내와도 이야기 했어요. 주시면 감사히 받겠지만 스트레스 받으며 계획을 정해 두진 말자고요. 개인적으로는 딸 한 명, 아들 한 명을 낳았으면 좋겠어요(웃음).” - 공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대사가 원체 많아서 한 부분을 훅 뛰어 넘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 적이 있어요. 그러고 난 다음 뒤에서 배우들과 의논해서 상황에 맞게 다시 대사를 끼워 넣었죠. 이전에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할 때는 무대가 좁아서 관객들이 몰입을 더 많이 했어요. 연기하는 데 말을 거는 분들도 있었고요. 지금 KT&G 상상아트홀은 스케일이 커서 시원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무대를 옮기고 나서 가장 큰 문제는 극 중 농구공이 골망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지금 5~6회째 연속 골이 들어갔어요. 골이 안 들어가는 연습을 해야 할 정도에요(웃음).”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뭔가요? “쿠니타로가 켄야에게 ‘아들과 농구하는 게 꿈이었는데 딸이 태어나서 포기하고 대신 딸들이 어떤 사위를 데려올지 기다려왔다’는 대사가 있어요. 켄야를 왜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해 함축적으로 말하는 거죠. 이 장면이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전 재밌는 부분도 좋지만 이 장면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거든요.” - 개그맨 이미지가 강했는데 연기 인생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개그맨 이미지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때는 ‘난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 센 악역도 연기해보고 싶은데’라는 욕심이 앞섰어요.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가졌어야 했는데 한 번에 제 기존 이미지를 싹 지워 버리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죠. 이젠 한 번에 바꾸기보다 조금씩 천천히 색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개그맨으로 다시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딱 정해 놓지는 않으려고요. 아직까지 계획은 없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은 없어요. 예전엔 파도가 오면 맞서 싸워 이기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파도를 타고 즐기려고 해요. 방송도 공연도 다 마찬가지에요. 마음이 가는 곳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해요.” - 욕심나는 역할이 있나요? “부러운 것들은 있어요. 차용학 씨가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서 하는 연기를 봤는데 너무 재밌게 잘하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가 맡을 수 없는 역할이라 한 편으로는 씁쓸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마음껏 하고 싶은 작품들을 욕심내서 많이 하라고 얘기해요. 또 아쉬운 작품은 ‘지하설 1호선’이에요. 제가 신인 때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추석특집으로 했던 ‘허리케인 블루’가 많은 호응을 받아서 정신없이 10여 년 동안 방송활동에 매진했거든요. 후회하지는 않지만 해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에요.” - 연극 무대에 돌아온 소감은? “뭔가 살아 있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요. 만약에 예전에 연극 무대로 바로 갔다면 그 소중함을 몰랐을지도 몰라요. 방송도 행복하긴 했지만 조바심이 났어요. 1주일에 예능 프로그램 4개를 소화해야 했는데 어쩌다가 1주일만 쉬어도 큰일 난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온 시절들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앞만 보고 달리는 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에 지금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보려고요. 기타도 다시 배워볼 생각이에요. 나이 40에 무슨 시작을 하나 싶었는데 그룹 산타나의 공연 모습을 보니 열정이 넘치더라고요. 정작 저를 위해 시간을 못 써 아쉬웠는데 이젠 저를 단련시키기 위한 투자를 하려고요.” - 연극 ‘너와 함께라면’의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신다면? “사랑이 중심이라고 이야기하는 연극이에요. 극 중 인물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거짓말이 밝혀지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요. 긴장감 없이 편하게 오셔서 편하게 보시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작품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좋은 작품들로 찾아뵈려고 합니다. 나름 예전에 팬클럽이 있었는데 흩어져서 다들 잘 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웃음). 예전에 저를 좋아했던 분들이 당당하게 ‘김진수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가장 좋아하는 딸들’이라며 후배 배우들을 불러 같이 사진 촬영을 한 김진수는 극 중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푸근하고 자상한 아버지 쿠니타로를 떠오르게 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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