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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정희 “너무 많이 요구하는 연애는 헤어진다”더니…

"치고받는 부부는 헤어져야 자녀가 행복"…대담집 ‘미래의 진보’로 보는 통진당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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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4호 최영태⁄ 2012.05.16 15:02:36

통합진보당의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작년 6월에 나온 이정희-유시민 대담집 ‘미래의 진보’를 다시 읽어본다. 당시 민노당 대표 이정희와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의 대담집은, 서로 잘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두 사람이 연결점을 찾은 시리즈 대담을 모은 책이었다. 당시만 해도 화합을 앞두고 두 사람은 진보의 미래에 대해 화기애애한 얘기를 이어갔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이런 요지의 대담이 있다.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연애는 실패한다. 설사 합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자신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측은 십중팔구 대가를 찾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처음의 대의가 희미해지는 순간 다시 결별이 찾아오기 쉽다. … 정치인에 대한 인기는 TV 스타와 달리 양면성이 있다. TV 스타는 내 꿈을 못 이뤄줘도 저주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정치인은 그러지 못하면 저주의 대상이 된다.’ 책이 나온 지 거의 1년에 돼가는 요즘, 이 책의 ‘예언’이 그대로 실현되는 듯한 분위기다.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두 당의 핵심부는 상대방에 대해 비난을 쏟아 부으면서 결별 일보직전까지 가 있는 것 같다. 연애인은 내가 원하는 걸 못해줘도 상관없지만 믿은 정치인이 내가 원하는 걸 못해줄 때는… 또한 ‘국회의원이 뽑은 후원하고 싶은 여성 정치인 1위(2009년)’ ‘트위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1위(2011년)’에 오르며 진보의 아이돌로서 인기를 모았던 이정희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은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찍어 줬더니 그러기는커녕 새누리당의 재집권만 돕게 생겼다”면서 저주의 대상이 된 상태다. 연예인은 애모의 대상에서 잊혀진 존재로 바뀌면서 몰락하지만, 정치인은 애모의 대상이 순식간에 저주의 대상으로 바뀐다. 정치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이정희는 이렇게 말한다. “성찰은 미래를 함께 가야겠다고 결심할 때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먼저 반성문부터 써내라고 하여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은 내가 동료 또는 동료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할 때 늘 쓰는 표현이다.” 함께 가겠다고 결심하면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는 소리다. 통합진보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깊은 성찰을 거쳐 “함께 가자”고 결정했겠지만, 현재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며, 심지어 주먹다짐까지 하는 걸 보면, 함께 가기 위한 성찰은 이미 과거지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치에 임하는 두 사람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이정희는 ‘정치는 사회를,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 힘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을 모으려면 내 마음이 진실해야’라며 선한 의지를 중시하는 발언을 한다. 반면 유시민은 이런 마음보다는 좀 더 현실-권력 지향적이다. “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강력하고 능력있는 그런 정치세력의 존재가 선한 의지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말에서다. 선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의지를 뒷받침할만한 조직, 세력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집권 경험이 우러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함께 갈 상대라면 성찰한다'더니 그럼 지금처럼 치고받는 것은 성찰이 없고, 같이 갈 의사도 없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다면 국민 괴롭히지 말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의 의도는 순수했다”고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그리고 이에 대해 “선한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는 비당권파의 현재 주장에서도, 이처럼 의도가 중요하나 아니면 현실이 중요하냐라는 관점 차이가 읽힌다. 작년 발간된 책에서 이처럼 문구를 발췌해 보는 것은 ‘사후약방문’ 식, 즉 ‘사후 판단 편향적’ 짜맞추기라는 것은 물론 안다. 그러나 함께 갈 미래를 고민하는 ‘성찰’이 더 이상 없다면 차라리 책에서 언급된 ‘결별’의 순서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 본다. 책에 나온대로 ‘진보의 분열점 사이를 한나라-보수언론-권력기관은 정확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갈라서면 파고들 틈은 적어도 무대 뒤로 숨을 것 아닌가. 예전에 미국인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인들은 부부끼리 치고박으면서도 '자녀를 생각해 헤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미국인 입장에선 웃기는 소리다. 엄마 아빠가 폭력을 주고받는 것은 자녀에게 가장 무서운 고문이다. 차라리 헤어져서 새 엄마, 새 아빠라도 싸우지 않고 사는 게 아이들에겐 더 행복하다"라는. 이 말에서 자녀를 국민으로 바꾸면, 통진당 내부 다툼의 해법은 오히려 보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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