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호 최영태⁄ 2012.05.18 13:28:13
“박원순 시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과 기사 사이즈가 너무 작다”며 인터넷이 시끄럽다. 이에 제안을 하나 해본다. “오보의 사이즈와 사과기사의 사이즈를 최소한 같게 하라”고. 오보 시비는 많았지만 정정기사는 거의 항상 이렇게 작았다. 오보의 크기만큼 정정 기사가 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문제가 된 조선일보의 오보 기사와 정정 기사의 면적을 재봤다. 16일자 A10면에 실린 오보 기사(스승의 날, 학생들 앞에 선 박원순 시장 “학교 폭력은 선생님 잘못)는 가로 26cm, 높이 9cm였고, 17일자 정정기사(박원순 시장 ‘선생님 잘못’ 발언 사실과 달라)는 가로 10cm, 높이 5cm였다. 면적 계산을 해보면 오보가 정정기사보다 4.68배나 더 크다. 이건 단순히 면적 비교다. 기사의 위치와 충격도를 생각하면 오보가 미치는 영향력은 정정기사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번 조선일보의 경우에 오보는 10면의 둘째 또는 세째의 비중있는 기사였고, 정정기사는 같은 10면의 맨꼬래비 기사였다. 필자도 잘못 내보낸 기사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불려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거나 정정보도를 내보낸 기억이 여럿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정도로 끝나 다행”이라는 것이다. 대개 정정보도의 크기는 원래 기사에 비교하면 훨씬 작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미약한 처벌’을 계속 놔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예컨대 오보와 동일한 크기로, 같은 자리에 정정보도 또는 사과보도를 하도록 한다면 한국 언론들이 훨씬 신중해질 것이다. 요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에서는 매주 그 주에 가장 ‘문학적인’ 기사, 즉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창작-소설 능력을 마구 발휘한 기사를 골라 발표하고 있다. 메이저 언론들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겁 없는 오보 기자들 한국 기자들이 얼마나 오보나 소설 같은 기사를 잘 쓰는지는 경험으로 확인했다. 영어로 인터뷰하는 기자회견이 있으면 한국 기자들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각자 '홀로 기사'를 써서 송고한다. 반면 일본 기자들은 일단 모여서 회의를 한단다. 틀린 내용이 나가지 않도록 상호 대화를 나눈 다음에야 정확히 확인된 사항만 내보낸다는 것이다. 외국어이기 때문에 틀리기 쉽다는 점에 대비한 행동이다. 처벌의 차이가 이런 행동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실제로 영어 기자회견을 마치고 ‘완전한 창작’ 기사를 타사 기자들이 써서 보낸 것을 보고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 실력이 딸리면 기자회견이 끝난 뒤 붙잡고 물어보는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이런 절차를 간단히 생략한다. 한국이 오보의 왕국이 되는 이유다. 현재 한국에서는 기사를 잘못 써도 아무 문제없는 언론인들이 있는가 하면, 기사 잘못 썼다는 이유로 인생이 망가지고, 고난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언론인들도 있다. ‘어느 편’에 서냐에 따라 처벌이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지는 현상이다. 이렇게 정의에 어긋나는 행태를 꾸준히 바로잡아 나가야 하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로, ‘오보를 하면 그와 똑같은 사이즈와 지면에 정정보도를 한다’는 원칙을 잠정적으로 적용하면 소설 같은 오보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