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종합예술이에요. 단순히 옷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모든 예술을 녹여 그 결정체로 옷이 탄생하게 되죠. 하나의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이 중요해요. 패션 디자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인문학, 철학도 알아야 하는 종합예술임을 알게 됐어요.” 이제 스무 살의 젊은 신예 디자이너 조성빈은 일찍부터 패션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면서 어린 나이에 많은 점을 보고 배웠다고 얘기했다.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만난 그에게선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왔음에도 피곤함은 잊은 채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한편으론 떨리는 모습이 느껴졌다.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옷에 관심이 많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패션 디자이너 쇼룸을 가본 후로 패션 디자이너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고1 겨울에 친구들과 모여 티셔츠를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도 했어요. 내 작품이기도 한 티셔츠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드리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게 됐죠.” 어떤 직업이든 겉으로만 보면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노력이나 역경을 알지 못한다. 조성빈 또한 일을 배워가면서 이런 점들에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추스르는 계기가 됐다. “패션 디자이너에서 사람들은 화려하고 밝은 모습만을 보기 쉬워요. 하지만 점점 알아갈수록 어두운 부분도 보이더군요. 상상하고 꿈꾸던 것과 달리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거죠.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고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해졌어요. 현실을 알게 될수록 더 도전하고 당당해지고 싶었어요. 확고한 신념과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린 나이부터 디자인을 시작했던 그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옷을 디자인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미래를 보여주는, 그냥 장식적인 옷이 아닌 감성이 담긴 옷을 만들고자 한다. 보이는 그대로의 옷으로만 보여줄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패션은 인문학, 철학 녹여내는 종합예술” 이러한 생각이 그를 패션쇼가 아닌 전시장으로 이끌었다. 전시를 통해 옷 자체가 아닌 종합예술로서의 패션을 보여주고 자신의 감성과 정체성을 표출하고자 한다.
“기존 세대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패션쇼만 해왔죠. 저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패션쇼는 그 순간만 볼 수 있지만 전시는 일주일 동안 계속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죠. 그리고 제가 만든 옷과 함께 미술이나 영상 작품을 함께 전시해 종합예술 전시로 꾸몄어요. 저의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정체성을 찾고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생애 첫 발표회가 될 이번 전시의 목적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동양의 신비로움과 평온함을 위한 탐구에 의해 미적인 패션만이 아닌 정서적 패션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에서 그는 신세대답게 자신만의 색깔과 정신을 담고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패션과 미술 그리고 영상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5월 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패션전은 조성빈이 공간에서부터 배치까지 모든 걸 총괄했으며 15벌 정도의 옷과 함께 최영욱의 달항아리 작품, ‘빛’의 작가 토드 카펜터(Todd Carpenter), 고요한 침묵과 사색을 강조하는 최준근 작품 등이 함께 어우러져 전시의 콘셉트인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시대’를 시각과 영상을 통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남성복만 디자인해 온 그가 이번 전시에는 여성복을 선보인다. 처음 만들어보는 여성복인 만큼 더 힘이 들고 어려웠다고 한다. “남성복보다 여성복이 더 어려워요. 신체적인 구조가 다르고 여성스러움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죠. 여성복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어머니를 위한 옷을 디자인해봤죠. 그래서 이번 전시의 여성상은 어머니에요. 동양적인 디자인으로 30~40대에 맞춘 작품들이죠. 올 봄과 여름의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블랙과 화이트의 깔끔하고 세련됨을 강조했어요.” 최신 유행이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는 그는 누가 봐도 입기 편하고 불편함이 없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며 이번 전시가 그 시작임을 강조했다. 6월 군입대를 앞둔 그는 2010년 패션디자이너 김서룡 아뜰리에서 패션 감각을 익혔으며 이듬해에 디자이너 브랜드 재희 신에서 경험을 통해 현재 서울 청담동의 에스모드(esmod Seoul) 1학년을 마친 상태다. 군 제대 후 프랑스로 건너가 공부를 더 하며 작업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는 그는 20대 후반에는 정식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내놓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