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발달하고 정보화 사회가 될수록 인간 소외가 심해진다. 인간 소외는 범죄의 원인이 되는 등 갈등을 일으킨다. 인간소외 현상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인간성을 박탈당해 비인간화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왕따’ 같은 개념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소외시키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의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소외)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와 개인 그리고 소외를 주제로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공동으로 협업하고 공공미술 플랫폼을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수종 작가를 만났다. 그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일상 공간과 지역 주민 그리고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매개자이기도 하다. “제 작업은 최근 사회에 대한 이론화를 바탕으로 도시에 대한 직접적 개입 작업이에요. 문화와 자본 그리고 권력의 집중화 현상에 주목해 자본주의와 현대 도시의 물화 과정 속에서 개인이 겪는 실존적 소외를 다루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나 자신이 사회적 위치나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시작했죠.” 그는 현대의 예술가는 거리 한복판에 서서 자신의 주의를 둘러보는 행인일 뿐이며 창조적 천재라는 개념은 완전히 훼손되고, 대량복제 시대의 물결 속에서 자신 자체가 상품화된 매춘부로 전락했다는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말을 빌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술가에 대한 보들레르의 고찰은 현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의 주요 개념인 ‘도시 산보자’에서 예술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해보자는 것이 장 작가의 의도다. 산보자는 다양한 특색을 가진 도시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공적 공간에 등장한 새로운 사회적 존재다. “저는 그 산보자의 개념을 단순히 소외된 도시의 암호 해독자를 넘어 텍스트의 해독자로서, 그리고 문화의 생산자로서 변형된 최종 결과물로 인식해요. 따라서 물리적 미디어 공간인 도시에서 인간의 감각기관을 소외시키는 경향을 띤 정보 산업의 측면들을 조명하는 게 제 작업이죠. 작업은 크게 3가지 개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도시의 버려진 공간 등의 사진과 그곳의 소리를 채집하는 작업이며 두 번째는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작업이에요. 마지막 세 번째는 공간을 확장시키는 작업입니다.” 도시 속 버려진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그는 그 동안 경복궁, 삼청동, 이태원 지역 등을 돌며 버려지거나 방치된 빈 공간에 보이드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모은 자료와 작가들을 모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활동을 벌여 왔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그의 작업은 도시 자체가 사적인 이야기들의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여기서 그는 도시의 은밀한 내부 생활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토대로 일상의 영역에 개입한다.
이러한 공적·사적·내부적·외부적 공간들은 보통 사람들이 너무나 일상적이거나 너무나 변화하고 있다고 여기는 곳들이다. 하지만 그곳에 거주하거나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인생의 의미로 가득하다. 이런 공간들을 방문하면 그곳의 거주자들을 통해 어떻게 한 공간이 벽돌보다 더한 의미를 갖게 되고, 평범한 것이 어떻게 깊은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과 소리 그리고 다양한 도시 미디어의 채집 작업을 통해 그는 현대 도시에서 개인이 가진 사적인 기억 및 경험의 역사에 대해 묻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의 역사’ 앞에서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보여주려 한다. 이를 통해 기억 감퇴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삶이야말로 기억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자 한다. “저는 자본 확장과 자본의 확대 재생산이 이뤄지는 거대 욕망의 공간인 도시를 어떻게 사회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기존 도시 문화 이론들에 대한 고찰과 계층과 세대 그리고 규제 등 사회적 범주에 주목하고 특정 공간에 대한 경험적 사례를 관찰, 대안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도시개입 프로젝트를 확장시키고자 해요. 즉 급변하는 도시체계와 도시공간 구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하고자, 급격한 자본의 이동과 노동력의 분산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와 도심의 주변부로 인한 연구가 시작이죠.” 그는 다양한 가변 건축, 즉흥 극장, 도시 게임, 가상도시 설계 프로젝트를 경제의 세계화와 정보의 권력화라는 이슈와 결합시킨다. 그로 인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기저에서 작용하는 사회 시스템의 과정을 규명하고 그 시스템을 전유해 도시 내부의 사회 경제 계층적인 물리적·제도적 양극화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실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 현대의 예술가들은 고독한 개인을 위해 작품을 생산하며 이러한 개인은 더 이상 공동의 연대를 통해 다른 사회 구성원과 연결되지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연결된다. 공동 관계의 붕괴, 집단적 공동체로부터 개인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구조로의 변화 속에서 그는 도시를 의사소통 기술과 상품문화 및 도시 경험의 독특한 교점들을 해독하는 원형적 공간으로 해석한다. 도시 공간들과 경험의 변화에 특별히 주목하면서 네트워크를 본질적 미디어 공간으로 판단하고, 정보 산업과 공적 공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공간과 도시 경험 사이의 교차를 살펴볼 수 있는 체계적 틀을 구축해, 미디어와 도시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플랫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 “새로운 공공미술의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방법적으로 이러한 연구는 런던, 뉴욕, 도쿄와 같은 도시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이들 도시에 집중되는 자본과 권력의 그늘 아래 펼쳐지는 소외의 분포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다양한 분석과 조사 그리고 분류화를 통해 도시 공간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지역민과 예술가들을 참여시켜 새로운 공공미술 플랫폼을 조성해 진정한 예술성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대안 사회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도시 연구를 인문학적 분석을 통해 예술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일반화를 시도한다. 도시 중심부의 주변화에 주목해 자본의 집중화의 대표적 현상인 백화점, 병원 그리고 주상복합 지구의 멀티플렉스에서 확산되는 공허한 공간들과 그늘진 도심 속에 성장하는 아무 가치 없는 공간 등 일상 공간에 실험적 건축물을 생성한다. 이를 통해 많은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통섭된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화를 통해 인간의 추함과 어리석은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는 직설적일 수 있다. “도시 곳곳의 형형색색 색감과 디자인 등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삭막한 이미지들이 이미 우리의 눈을 길들여왔다”는 그는 “이미 시각적으로 화려한 자극이 수없이 쏟아지는 도시 거주자들에게는 보통의 방법으로 개인의 차원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들의 욕망에 대한 감정의 시각화를 통해 그 욕망이라는 정신의 암을 끄집어내고 무화시켜 도시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들어낸 잘못된 환경을 바로 알리고 바꿔가며 새로운 공공미술의 청사진 및 그 대안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