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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아니지만 그런듯 흉내는 잘내”

뮤지컬 ‘라카지’서 게이 커플의 아들 역 맡은 이창민·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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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5호 김금영⁄ 2012.05.21 11:12:30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에 내한 공연을 가진 팝가수 레이디가가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공연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쌍화점’은 2009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됐지만 주인공 조인성과 주진모 사이에 불거진 게이 판타지가 한 가지 이유이기도 했다.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민감하기에 이처럼 가볍기보다 무겁고 진중하게 다뤄진 사례가 많다. 그런데 뮤지컬 ‘라카지’에서는 이 이야기를 화려한 의상과 군무 등으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면서도 진지한 시각 또한 놓치지 않는다. 게이 커플 앨빈과 조지 사이에서 자란 아들 장 미셀이 게이의 존재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극보수주의 정치인 에두아르 딩동의 딸 앤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 이야기다. ‘라카지’는 1973년 프랑스의 극작가 장 프와레에 의해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 뒤 동명의 뮤지컬로 1984년 8월 21일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공연 때마다 토니 어워즈 작품상(1984, 2005, 2010)을 받았다. 국내에는 7월 4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중심인물인 앨빈-조지 게이 커플이 큰 관심을 받는 가운데 또 눈길을 끄는 역할이 있으니 그들의 아들이자 소동을 일으키는 근원인 장 미셀이다. 장 미셀 역에는 아이돌그룹 2AM의 이창민과 배우 이민호가 캐스팅됐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알려진 이창민에게는 이번 작품이 자신의 첫 연기활동이자 뮤지컬 첫 데뷔 무대다. 2005년 뮤지컬 ‘마법전사 미르가온’, 2006년 뮤지컬 ‘어린이 연금술사’ 무대에 오르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옥탑방 왕세자’에서 활약한 이민호는 아역 배우 이미지를 벗고 성인 연기자로 올라서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각각 나름대로의 의의를 지니는 이들의 포부를 들어봤다. -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공연에 임하는 소감은? 이창민 “게이 커플 앨빈-조지의 아들 장 미셀 역을 맡았어요. 연기를 제대로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또 뮤지컬에는 춤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그런데 2AM이 주로 발라드를 하는 그룹이고, 춤을 춘 영상이 금지 영상이 됐을 정도라…(일동 웃음). 선배들이 많이 가르쳐주실 거라 믿어요. 춤과 연기에 자신 없지만 뮤지컬 ‘라카지’의 빅밴드 재즈 음악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어요. 열심히 해서 음악적인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 이민호 “저도 장 미셀 역을 맡았어요. 미셀은 게이 커플 사이에서 자란 아들로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남자답고 로맨틱한 인물이에요. 바람기도 있고 춤과 노래를 좋아하죠. 공연은 사랑스러운 앤을 보고 첫 눈에 반해 결혼을 선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요. 춤과 노래를 잘 해야 해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여러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막상 제의를 받으니 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출연하게 됐어요.” - 이번 공연에서 만나게 된 배우들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이창민 “전 A형인데 대인관계 쪽으로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니에요. 특히 가수 선배들은 공통분모가 있어서 쉽게 다가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연기 선배들이 대부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민호 “전 기가 많이 죽었어요. 워낙 대선배들이랑 공연하게 된 거잖아요. 인사도 드려야 하는데 제가 소심한 A형이라…. 그래도 선배들이 다 정말 좋아요. 마치 안면이 있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셨고요. 그래서 더 친해지면 보다 더 좋은 호흡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기대돼요.”

- 실제 뮤지컬 ‘라카지’ 공연을 봤나요? 이창민 “제가 맡은 장 미셀 파트는 본 적 있어요. ‘큰일났구나’ 생각했죠(일동 웃음). 부모님도 영상을 보고 전화를 하셨는데 똑같이 ‘큰일났구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일동 웃음).” 이민호 “영상 있다고는 들었는데 구하기가 힘들어서 아직 못 봤어요. 보내주세요(일동 웃음). 그런데 아예 보지 않는 게 편할 것 같기도 해요. 저만의 장 미셀을 연기하려고요.” - 2AM 멤버들은 뮤지컬 출연 소식을 듣고 반응이 어땠나요? 이창민 “멤버들이 가장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정성화 선배랑 함께 작품을 한다고 하니까 슬옹이는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권이는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뮤지컬 보러 많이 다녔고요. 저 말고는 다들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해왔던 친구들이라 이것저것 조언을 많이 해줘요. 그런데 제가 직접 선배들이랑 연기하면서 부딪혀 봐야죠. 팬들도 많이 응원해주고 있어요. 얼마 전엔 제가 해외 공연에서 춤을 췄던 영상이 팬사이트에 올라왔는데…. 춤 끊은 지 2년 됐는데 춤 레슨부터 다시 시작 해야겠네요(일동 웃음).” - 자신의 노래 솜씨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이민호 “팬들의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높더라고요. 그런데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아요(웃음). 스스로 노래 솜씨를 평가한다면 0점? 어디서 들었는데 어중간한 실력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0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과한 포장은 안 하려고요. 0점에서 시작해서 최대한 노력해서 기대에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 그러면 춤은 자신 있나요? 이민호 “춤은 제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장기자랑에서 1등도 해봤거든요. 하지만 사실 노래와 연기, 춤 모든 부분이 걱정돼요. 창민이 형에게 노래 좀 가르쳐달라고 했어요(웃음). 제겐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에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요.” - 반대로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는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이창민 “그렇지 않아요. 뮤지컬을 보면서 제가 내는 소리의 느낌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지금까지 목을 쓰는 직업을 해왔기에 처음부터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던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죠. 춤은 저 혼자 독무하는 부분이 많지 않고 상대 배우들과 함께 맞춰가는 거라 크게 걱정하진 않고요. 그런데 연기는 함께 감정 호흡도 맞아야 해서 정말 걱정돼요. 많이 배워야죠(웃음).” - 2AM 조권 씨가 함께 이 공연에 출연했다면 어떤 역할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이창민 “극 중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기를 꿈꾸는 집사 쟈코브가 있어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권이 방에 들어가면 별천지에요. 호랑이 무늬 후드티나 해골이 무지개 색으로 박혀있는 벨트 같이 어디서 저런 것을 구해오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것들이 많아요. 이런 면에서 쟈코브 역을 추천해주고 싶어요(웃음).” - 뮤지컬과 관련해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배우는? 이민호 “예전에 정성화 선배랑 드라마를 같이 촬영한 적이 있어서 이미 알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는 같이 과자 먹는 CF도 찍었고요. 하루 종일 과자만 먹어서 서로 입 헐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정성화 선배에게 많은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요.” -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정통 연기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나요? 이창민 “정통 연기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음악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2AM 무대도 그렇고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은 여러 장르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일환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생각이 없고 일단 음악적으로 좀 더 발전하고 싶어요.” - 극 중 장 미셀은 바람둥이인데 실제 본인과 닮은 점이 있나요? 이창민 “전 일편단심 타입이에요! 다만 정열을 쏟을 사람이 없을 뿐이죠(일동 웃음). 바람둥이인 척, 쿨한 척은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흉내만 낼 뿐 실제 생활에서는 잘 안 통하더라고요(일동 웃음).” 이민호 “저도 바람둥이 타입은 아니고요. 그런데 바람둥이가 아니라서 이번 역할이 걱정돼요. 많은 여자 분들과 대화해보려고 노력해야죠. 창민이 형이랑도 많이 경험을 공유하고…(일동 웃음). 농담이에요(웃음).” - 다음에 또 뮤지컬 제의를 받는다면? 이민호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상 먼저 작품에 열중하고 열심히 한 다음 결정이 날 것 같아요.” 이창민 “잘 모르겠지만 다시 할 것 같아요. 지금 많은 분들이 2AM의 창민이 뮤지컬을 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같아요. 저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다음 작품에선 신뢰를 줄 수 있겠죠. 이번에 정말 목숨 걸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아직 뮤지컬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열정이 넘치고 파릇파릇함이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노력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말을 빼놓지 않던 이창민과 이민호가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주목해보자.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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