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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퇴임사에서 가장 찡한 구절은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되겠다”

‘명문대-고위직-연줄인사'만 정치하는 세상 바꾸자는 게 시대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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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5호 최영태⁄ 2012.05.24 17:17:23

24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물러나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발표한 퇴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절은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는 이날 재단 회원들에게 보낸 퇴임사에서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국민들의 사랑이 가장 큰 무기라고 믿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23일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3주기를 맞아 트위터를 통해 “소주 한 잔 한다. 탈상이어서 한 잔. 벌써 3년이어서 한 잔. ‘친노’란 말이 풍기는 적의 때문에 한 잔. 낯선 세상 들어가는 두려움에 한 잔. 제게 거는 기대의 무거움에 한 잔. 그런 일을 먼저 겪으며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 잔”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23-24일 이틀간 그가 공개적으로 한 말 중에서 가장 정서적인 것은 위의 ‘소주 한 잔’ 독백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말은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에 쏠리는 한국인의 마음 한국의 정치는 지금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아직 정치를 시작하지도 않은 안철수에게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지지를 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이 새로운 시정으로 박수를 받고 있는 것도 그가 ‘여의도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한국에는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이 필요할까? 바로 정치인이 스스로를 ‘여의도 특권 계급’, 즉 국민과는 '신분'이 다른 귀족-양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빈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21세기의 신분제 사회'로 돌아가고 있는 한국적 양상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라면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하지만 그간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스스로를 왕족의 후손으로 생각하면서 신하처럼 부릴 수 있는 사람만을 주위에 거느리고 정치를 했으며, 이런 제왕적 대통령의 통치 방식은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까지 면면히 이어졌다. '공당 아닌 사당'에 연줄 대야 정치할 수 있던 나라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인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위를 차지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권력 핵심에 줄을 댈 수 있던 사람들만이 할 수 있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출신성분과 연줄대기가 정치인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공적 성격의 정당(공당)이라기보다는 유력 정치인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 사적 붕당(사당)의 형태로 한국 정당이 운영됐기에, 유능하고 뜻있는 사람이라도 일단 정치권에 들어가면 ‘당의 논리’에 굴복해야만 했다. 스스로를 정치인이라는 ‘특권 상급 신분'에 속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었으니 한국 정치의 특징인 ‘국민 정서와 유리된 청와대-여의도 정치’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특권 계급만 정치인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명문대학, 좋은 직위, 연줄대기와는 별 상관없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지만, 준비가 제대로 안 됐기에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치인 같지 않지만, 그렇기에 정말로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현재 한국인의 마음이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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