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영화 ‘후궁’ 개봉관에는 특히 젋은 여성 관객이 많았다. 주제가 여성 취향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영화에서 역시 볼거리는 그간 소문이 무성했던 대로 배우 조여정의 노출 연기였다. 아낌없이 벗은 그녀의 연기는,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함께 극장을 찾는 남녀 성인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평점이 현재 포털 다음에서 6.1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나듯, 스토리 전개가 너무 복잡하고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참고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평점 8.2점이며, ‘차 형사’는 7.4점이다. 복잡한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것은 좋지만, 우선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 전개’였다. 실제로 일어날만한 일이라야 극 중 상황에 확 끌리는데… 관객이 영화에 몰두하려면 아무리 픽션이라도 내용이 진짜 같아야 한다. 히치콕의 공포 영화가 기괴스러운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싹한 것은 “저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그러나 ‘후궁’에서는, 혼전관계를 맺은 처녀가 후궁으로 들어가고, 왕의 침전에서 살인이 일어나는데도 아무 문제없이 넘어가며, 초임 내시가 왕을 지근거리에서 모신다는 등 현실적으로 있기 힘들어 보이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왕조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긴 편에 속하는 600년 동안 조선 왕조가 대를 이어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 조선을, 너무 만만하고 격식 없는 대상으로 격하시켰다는 점에서 우선 영화를 보면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역사적 사실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의 스토리에서도 모순이 느껴진다. 성원대군(김동욱 분)이 처음 왕이 됐을 때는 왕이 중전과 함께 침전에 들 때 관리들이 일일이 체위를 지정한다(“왼쪽으로 누우셔야 합니다” 등등). 이렇게 중인환시 아래 성행위를 해야 하는 자신의 입장을 왕은 “내가 씨돼지냐?”고 항의한다. 그러나 극의 후반에서는 침전 장면에서 왕의 완전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침전에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데 조취를 취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왜 극의 초반에는 중인환시 속에서 섹스를 했는데, 후반에는 아무 시중도 없는 절대자유 속에서 섹스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없다. 그러니 현실감이 떨어진다. 판타지 사극 아니라면 최소한의 고증은 해 줘야 스토리에 설득력 과거에서 소재를 갖고 오는 것은 좋다. 그러나 불과 수백 년 전의 조선인이 지금의 ‘잘난’ 한국인과는 달리, 아주 못나고 격식도 없고 인과관계도 챙길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의 자유에 속하겠지만 극적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사극이 역사와 똑 같을 순 없겠지만 ‘판타지 사극’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격식, 최소한의 고증은 갖춰줘야 극적 설득력이 높아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 가지 생각하게 되는 점은 "두 시간짜리 영화에 왜 저리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할까"라는 것도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예컨대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라면, 이미 원작을 읽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거나, 반대로 영화를 본 사람이 책을 나중에 읽을 수 있으므로 스토리가 다소 복잡해도 큰 문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반 극영화는 스토리에 너무 디테일이 많으면 헷갈리고 피곤해지기 쉽다. 한국 드라마는 많은 스토리를 담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한 두 시간을 끌고 가는 데 비해, 일부 한국 영화는 한 시간 남짓 한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