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향해 가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야권연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그는 7일 국가비전연구소(이사장 박명광)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대선주자 초청 포럼에서 “야권연대라고 하면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의 연대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노동의 가치나 진보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실제 현장에서 힘이 있는 쪽과 함께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권연대를 제2당과 3당의 연합으로, 즉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했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의 연대, 진보가치의 연대가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힘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동-진보의 가치가 연대돼야 진정한 야권연대라는 그의 주장은 한국사의 굴곡을 들여다볼 때 그 의미가 두드러진다.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를 흔히 ‘87년 체제’라고 부른다. 87년 6.10항쟁 등을 통해 군부 권위주의를 물리치고 새로운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87년 항쟁은 반쪽짜리 민주화였다. 이는 학생 시위로 출발해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까지 번져간 6.10항쟁의 주동자들이 정치에 참여해 새 체제를 짠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주화 요구를 기성 정치권이 받아들여 이른바 ‘위로부터의 개혁’을 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6월 항쟁은 학생과 넥타이 부대가 일으켰고 노동자들의 참여도는 낮았다. 그해 7~8월이 돼서야 노사 분규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됐다. 만약 1987년 상황에서 학생-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화이트칼라와, 노동자의 블루칼라가 힘을 합쳤다면, 그 파급력은 화이트칼라 뒤 블루칼라가 일어나는 ‘시간차 공격’보다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많은 진보적 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당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합쳐졌다면 '질서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군부가 다시 나설 수도 있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과는 군부의 사정이 다르다. 김두관의 새로운 야권연대론은 당과 당의 연대보다는 진보-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자는 것이어서, 이러한 연대가 이뤄질 경우, ‘잘난 사람들(엘리트)끼리만 모여서 하는’ 한국 정치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의 중추인 노동자-근로자의 참여를 근본적으로 배제한 채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자리 차지했던 엘리트들끼리 정권을 줬다 뺐었다 하는 정치로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그는 “바닥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내 지지도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합치는 새로운 바닥 반란을 그가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