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최근 식약청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발표한 것에 대해 4가지 이유를 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의사회는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근거로,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 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일반의약품 전환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의사회가 밝힌 4가지 반대 이유다. 첫째, 응급피임약은 이미 사후피임약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20대 여성들의 응급 피임약에 대한 의존은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며, 실제 병원에서 응급피임약을 매번 처방 받기 번거롭다며 여러 회분을 한꺼번에 처방해 달라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2011년 일반 피임약 복용률이 2.8%인데 반해,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5.6%로 이미 두 배에 달했다. 계획적인 사전피임 없는 성관계 후 누구든지 사용하는 사후 피임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둘째, 제대로 복용해도 100명 중 15명 임신한다. 응급피임약의 피임 효과는 85%로, 사전피임약의 92~99%에 비해 충분히 신뢰할 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피임률 75%의 콘돔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미레나나 루프 등 여성용 피임 시스템의 평균 9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의 10~15배에 해당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재인 만큼 충분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 처방 시 성생활 시기, 배란일 여부, 금기증이 있는지, 임신상태는 아닌지 등을 확인하고 사전피임 상담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응급피임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할 경우 상당량의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이를 생리혈로 오인해 임신 초기인 줄 모르고 초기 태아에 해가 되는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셋째. 선진국과 피임 현실 달라도 무조건 따라가나? 선진국의 사전 피임 실천률은 한국보다 20~30배가 높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응급피임약이 응급 시에만 복용되므로 부작용 문제가 크지 않지만 평소 피임약 복용률이 2.8%에 불과한 한국에서는 부작용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일반피임약의 10~15배 용량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재인 응급피임약 복용 후 평균적으로 31%의 여성들이 대량 출혈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으며, 복용 후 2시간 이내 구토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약이 흡수되지 않는다면 응급피임약 복용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일부 선진국 사례를 들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넷째, 처방 없는 응급피임약 탓에 계획적인 피임의 저하, 성병과 불임의 증가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콘돔, 사전피임약, 피임 시술 등 현재도 미미한 사전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성폭력 등 원치 않는 성관계 후에는 현재 병원 응급실 등에서 응급피임약 복용 등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성폭력 남성이 피해 여성에게 강제로 응급피임약을 복용시키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