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기견 문제와 동물학대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학대에 대한 동영상과 사진 등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그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동물학대란 동물에게 물리적인 폭력이나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또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 사람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켈러트와 펠트하우스는 동물학대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유명한 살인마와 범죄자들은 동물학대를 하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2.5배가 높았다고 한다. 미국 보이스턴 대학의 연구결과에서도 동물학대자의 70% 이상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 작업은 동물에서 시작했어요. 동물 사진을 찍고 싶어 사진을 했죠. 동물 학대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건 다큐 사진도 아니고…. 저 자신이 동물을 바라보고 아픔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업을 하면서 제가 치유 받고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직접 제가 작업에 등장하게 됐어요.”
조아름 작가는 동물사진을 찍지만 그냥 동물만이 아닌 공간, 그리고 자신의 몸을 소재로 작업한다. 작품 속 여성의 신체는 모두 그녀 자신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동물은 인형이 아니다. 살아 있기 때문이다. 눈과 코와 입이 다 있고 심장과 폐 그리고 배설기관이 있는 생명체다. 암컷은 임신하고 모성애를 발휘한다. 생각과 마음은 사람에게만 있다는 거짓말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는 ‘동물의 왕국’ TV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중학생 시절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던 중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인간들이 상아를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코끼리를 학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던 장면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장래의 진로를 고민하게 만든 강렬한 영상이었다. 그녀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무엇으로 알릴까 생각하다가 사진학과를 선택했다. 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어린 시절 봤던 코끼리 학살뿐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버려진 동물들을 보면서 제 자신이 너무나 크게 그들의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죠. 동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동물을 찍었고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걸 직접 등장해 보여주게 됐어요. 내 자신이 재료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 유별나다는 시선에 상처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지금의 제 작업을 보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작가가 돼 동물들을 찍고 저 자신이 그 작업에 재료로 나선 작품을 보면서 말이죠. ‘그래서 고기를 안 먹는구나’ ‘좋은 작업이네. 고기를 안 먹는 게 이해가 된다’라면서요.”
사실 어려서부터 고기를 안먹었던 데는 계기가 있었다. 동물의 왕국을 통해 코끼리의 학살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고기를 먹었었다는 그녀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은 책에서 실험동물과 식용동물 이야기를 읽었다. 그때 우리의 고기 식생활 문화가 자연스러운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먹지 않았다. 생선은 아직 먹지만 이것도 곧 끊으려고 한다. “고기 문화가 일반화된 우리나라에서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었어요. 지금은 이해를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나아졌지만 사람들과의 조화점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녀의 처음 작업은 동물원이었다. 처음 카메라를 잡자마자 동물원에 간 그녀는 그곳에서 공간을 많이 찍었다. 동물보다는 공간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처음 동물원에 갔을 때 계절이 겨울이어서 밖에 나와 있는 동물들은 거의 없었고 빈우리가 많았다. 동물을 찍기 위해 동물원에 갔지만 동물이 아니라 공간을 찍고 있었고, 그러면서 동물들이 사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졌다. 공간이란 대개 그 안에 사는 주인에게 맞춰지지만 동물원에선 동물들이 사는 공간임에도 사람에게 용도가 맞춰져 있다.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동물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동물원을 가봤어요. 너무나 열악한 동물원도 많았지만 시설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은 비슷했어요. 동물을 찍게 된 계기가 코끼리여서 그런지 동물원에 가면 가장 먼저 코끼리를 보러 가요. 그러던 중 실험동물에 대한 작업을 하려 실험용 흰쥐를 한 마리 사게 됐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죠. 일단은 함께 살아보자 생각했죠. 실험동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일반적인 동물과 같지만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녀는 동물실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인간에서도 약효가 발휘되리라는 보장이 있냐”며, 동물과 인간의 같음과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몸과 쥐를 함께 촬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쥐를 이용한 작업은 몸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하기에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더 보강하려 한다. “내가 직접 작업의 소재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동물들의 아픔을 같이 느꼈으면 해서예요. 어린 시절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내가 다름을 느꼈기 때문이죠. 저도 같음과 다름을 갖고 있고 이를 직접 보여주고자 했죠. 많은 실험동물이 있지만 흰쥐가 대표적이잖아요? 그래서 쥐와 나를 동일시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쥐가 은근히 겁이 많아 몸 위에 올려놓으니 몸 위에서만 놀더군요. 2년 정도를 함께 살았는데 2011년에 죽었어요. 죽음의 경험 탓에 작업이 겁나기도 했어요.”
동물원 작업은 그림이 그려진 동물원 공간을 촬영하는데, 그림을 담은 탓인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몸 작업도 몸이 등장하기에 몸만 보인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징그럽다고 생각하던 흰쥐가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다는 사람이 있는 등 반응은 다양하다. 자신의 몸을 통해 동물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동물실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는 “이런 작은 변화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동물원 작업은 계속 해나가며 몸 작업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는 그녀는 “당분간 흰쥐와 함께 작업하며 대중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내 자신이 행복해지고 치유가 된 거죠. 동물학대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동물을 통해 느낀 감정을 동물로 보여줬고 동물을 통해 느낀 나를 내 몸을 통해 보여준 거죠. 사진은 작업이라기보다 생활이 됐어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싶어요.” 작업에 욕심이 많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동물원 작업과 몸 작업으로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기대가 된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