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현란한 차트와 과학적인 데이터,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확고한 이성에 의해 움직인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수많은 주식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고 자칭타칭 증권전문가들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며, 거시적 혹은 미시적 경제지표를 잘 살펴본 사람은 누구나 성공적인 투자자가 돼 매일 승리의 축배를 들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실제 모습은 차트가 설명해주지 않는 상황이 훨씬 많다. 그리고 전문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이 곤란한 지경으로 내 몰린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며 그 해법은 무엇일까? 어떤 문제든 올바른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속성과 정체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이론이 ‘나비효과’다.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확대되다가 결국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나비효과 이론은 단어 자체는 멋지지만, 숨겨진 의미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한 달 후 혹은 일 년 후의 정확한 일기예보가 불가능하듯 주식이나 경기의 장기적인 예측 역시 불가능하며 이는 나비효과의 영향이다. 그렇다면 불합리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관력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라는 모험 없이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 가전만으로 현재의 글로벌 기업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직관력 발현하려면 평소 경제·투자 공부해야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상품인 스마트폰 역시 반도체 부문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스마트폰의 가장 주요한 부품은 반도체가 집적된 것이고 플래시 메모리 역시 반도체의 한 종류다. 모두들 무리라고 만류할 때 빛나는 미래를 예감하며 모험을 감행한 것은 경영진의 탁월한 직관력 덕분이다. 간혹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논리가 아니라 불분명하지만 또렷이 느껴지는 직관에 의해 멋진 해법이 나오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뿌연 안개 속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고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카오스의 세계인 것이다. 믿고 의지하는 전문가의 조언도 가능성의 수준에 머물 뿐 확실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스스로의 직관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직관의 발현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 경제와 투자에 대한 논리적인 지식이 쌓여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후일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감수성 역시 직관의 발현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자신의 직관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매일 새벽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근 채 직관을 키운다. 또 다른 사람은 오랫동안 한강변을 묵묵히 걸으며 직관을 담금질하기도 한다. 요컨대 자신의 직관력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소 비과학적일 수 있겠지만 불합리한 상황에는 불합리한 대응책이 정답일 수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속성은 불합리성이다. - 이동윤 현대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