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호 최영태⁄ 2012.06.26 15:40:18
드라마 ‘추적자’의 극 내용은 현실과 닮아 있다. 무소불위의 재벌 회장님(서 회장)이 그렇고, 입만 열면 거짓말인 대권 후보(강동윤)가 그렇다. “힘 있는 자와 타협하지 않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위를 바라보지 않고 아래를 살피겠습니다. 가난이 자식들한테 대물림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서민들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저 강동윤이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강동윤 대권후보의 명연설이시다. 만약 백홍석의 추적이 없다면 한국의 유권자들은 이 아름다운 말들을 믿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뭔지 모르지만 뭔가는 해줄 거야” “뭔가 하지는 않겠어?” 이러면서. 그러나 이런 미사여구를 뿜어내던 정치인들은 일단 권좌에 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몰수를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런 돌변을 제어할 장치도 한국에는 없다. 정치 선진국이라면 선출직의 이런 막가파 식 월권을 입법부-사법부가 어느 정도 제어하겠지만, 한국에선 입법-사법부가 ‘권력을 나눠갖는 파트너’이니 그런 브레이크 장치도 없다. 백홍석 역할을 하는 것은 팟캐스트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백홍석 같은 인물이다. 강동윤에게 머리끄덩이를 쥐어 잡힌 채 “도대체 왜 포기를 않냔 말야!”라는 불호령을 들어도, “난 아버지잖아”라며 끝까지 추적할 의지를 밝히는 백홍석 같은 사람이 있어야 강동윤의 거짓말이 드러난다. 한국 현실에서 ‘백홍석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은 현재로서는 팟캐스트 밖에 없는 것 같다. 할 말, 못 할 말을 마구 뱉어내면서 ‘강동윤의 뒷면’을 드러내는 것은 팟캐스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나꼼수’를 필두로 하는 팟캐스트들이 올해 대선 판도를 좌우하리라는 올 연초의 진단은, 나꼼수가 비틀거리고는 있지만, 그 뒤를 이어 태어난 팟캐스트들이 맹활약 중이라 아직도 유효하다. 이번만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또 '차선의 선택'을 할 것인가 선거란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행위다. 메뉴에 없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나와 있는 대안 또는 인물 중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그 중 차선’을 고르거나 아니면 포기해야 한다. “모두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라는 포기의 심정을 통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주인공이 한국의 이른바 양대 정당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거짓말을 할 준비가 잘 돼 있다. 이들의 검은 뱃속을 드러내려면 백홍석이 필요하고, 팟캐스트가 살아 있어야 한다. 백홍석이 끝까지 살아남아 ‘강동윤 류’의 더러운 속내를 드러낼지, 아니면 그도 언젠가는 포기를 하고, 그래서 ‘차선의 선택의 달콤함’을 기득권 세력이 계속 누릴지를 지켜보는 게 이 드라마를 기다려 보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