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들어 놓은 작업이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대인의 삶은 복잡하다. 그 속에서 소홀히 여겨지기 쉬운 일상성의 소중함을 환기시키기 위해 김채원 작가(31)는 일상의 오브제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주 공간으로 아름답게 재구성해 놓는다. 그의 작품 앞에서 그의 작업에 대해 들어봤다. “저의 작업을 보고 당혹해 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즐겁습니다. 현대미술이 지닌 기능이라고 할까요. 저는 미래의 것을 청사진처럼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려 합니다. 제 작품에는 인류의 멸망이 내재되어 있답니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우주적인 공간과 카오스적인 느낌 속에서 규칙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우주에는 중력, 인력 등 우리가 모르는 규칙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들을 모르고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는 말이다. 김 작가가 보여주는 공간은 작가가 만든 우주적 공간이자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놓은 놀이의 개념이 강하다. 이를 통해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들처럼 익숙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속에 이런 가능성이 이미 내재돼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 지구 종말에 대비해 만든 ‘최후의 날 저장고’인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를 연상시키듯 그의 작품에는 소중한 것을 숨기지 않기 위해 많은 수의 거울이 매달려 있다. 작가는 이 거울을 통해 일상에서 보는 들꽃, 병아리, 동물의 종자 등이 미래를 위해 저장되듯, 자신이 만든 공간에 담아내고 싶어한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놀이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안의 우주라는 개념도 들어 있는 것이죠. 설치를 하다 보니 기하학적인 요소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제 작품은 시야를 넓게 봐야 이해가 빠릅니다.”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듯 진화하는 내일을 공유하고파 6일부터 27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그의 작업에는 ‘소중히 간직하여 둔 서책’을 의미하는 ‘비적: 泌籍’이 주제이자 메타포다. 일상성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로운 우주 공간의 탄생을 통해 되새겨보자는 일련의 작품들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작업을 펼치며 가장 잘 맞는 매체를 고르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토대로 작업을 디지털화해 언제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모두 3D 애니메이션을 활용했다. 그 중 설치 작품 ‘저장고’와 ‘Space Station’은 옷걸이, 거울, 못과 같은 오브제들을 비선형적으로 복잡하게 결합해 바닥과 공중에 배치했다.
선택된 일상적인 소재들은 본래의 형태와 특성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공간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보는 이의 무한한 상상력과 복합적인 시각이 혼재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신세계를 발견하는 경험이다. 작품 속 우주 공간은 자가증식하는 유기체처럼 복잡하고 다층적다. 코스모스의 질서와 카오스의 무질서가 공존하는 카오스모스(Chaomos)의 개념에 맞닿아 있기도 하다. 즉, 평면과 설치작업 모두 무한반복하는 기계적 이미지와 유기생물체적 변형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균형과 불균형, 우연과 통제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지점에서 변증법적인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편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