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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의 ’박근혜 칠푼이論’…’속편’이 보고싶다

그런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 박근혜 측의 반론은 무엇인지 더 깊은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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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2호 최영태⁄ 2012.07.12 16:25:55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두 사람 사이가 “영 어색하다”는 것이야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드디어 사단이 터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이 11일 자신을 찾아온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박근혜는 칠푼이”라는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측에서는 하루가 지난 12일까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냥 덮고 지나가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무뇌아’론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출신당이 밀고 있는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칠푼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나라의 원로가 던진 말이라는 차원에서, 또한 많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4.11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 지역에서 YS가 갖는 영향력이란 차원에서도 그렇다. 정치인에 대한 ‘뒷담화’는 항상 있어 왔다. YS가 통일민주당 총재로 활발히 활동하던 80년대말~90년대초 당시, 무뇌아(뇌가 없는 아기)가 국내에서 발견돼 사회면 톱으로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통일민주당을 출입하던 한 선배 기자는 “뇌가 없어도 정치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매일 YS와 그 측근들에게서 확인하는데, 무뇌아가 도대체 뭔 문제냐”고 정색을 하며 얘기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무뇌아’란 표현으로 YS와 그 주변 인물의 지적 능력을 평가한 뒷담화다. 그러나 대통령은 시험으로 뽑는 게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 개인의 지적능력은 그리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선 불리한 현상은 미국의 알 고어 ‘교수’가 ‘무식한’ 조지 부시에게 무릎을 꿇은 역사 등에서도 확인된다. 대선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인기투표’인데, 똑똑하다고 더 인기를 끈다는 보장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재능은 ‘인재를 주변에 불러 모으는 능력’이다. ‘대통령+통치집단’이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지식수준 높다고 꼭 좋은 대통령 되란 법 없다 YS는 ‘무뇌 정치인’이란 뒷담화를 듣기도 했지만 또 다른 평가도 있다. 바로 “언론과의 소통에 달인”이라는 평가다. YS는 새벽에 정치부 기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내가 오늘 이런저런 문제로 발표를 하는데, 당신이 좀 조언을 해줘”라는 부탁을 해 상대를 놀래게 만들고, 또한 기자가 해준 조언은 국정이 거의 그대로 반영돼 조언자를 또 한번 놀라게 한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애매할 때는 두루 의견을 물어 방향을 결정했다는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YS와 DJ(고 김대중 대통령)가 1987,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맞붙었을 때 언론계는 거의 일치단결해 YS를 밀었다. 지금과는 달리 ‘신문이 대통령을 결정한다’고 하던 시대에 언론과의 탁월한 친화력을 발휘한 사람이 바로 YS였고, 당시 모든 정치인이 언론의 지원을 얻기 위해 애썼다는 점을 돌아보면 대단한 친화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YS는 97년 IMF 위기로 빛이 바랬지만 그의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전격실시 등은 "그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 업적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지식수준과 업적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개인에 대한 칠푼이론은 별 문제 안돼…그러나 ‘집단 실력’에 대한 칠푼이론이라면 그냥 넘어가면 안돼 YS가 박근혜 개인의 능력에 대해 “칠푼이”라는 폭언을 했다면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싫어하는 전직 대통령의 개인적 비난으로 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YS가 상당한 근거를 갖고, 박근혜 주변의 ‘집단적 실력’을 칠푼이 급이라고 매도했다면 이는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YS의 칠푼이論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그것이 개인에 대한 비난인지, 아니면 박근혜 주변 전체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반대로 박근혜 캠프 쪽에서도 반론을 듣고 싶다. 그 반론은 물론 박 전 위원장의 개인적 능력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박근혜 + 사람들’의 집단지성-집단능력에 대한 얘기다. 물론 박 전 위원장 쪽에서는 이런 반론을 말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집단능력의 정책을 통해서도 보여줄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박 전 위원장의 주변에 도대체 어떤 인물이 모여, 어떤 정책을 만들어내느냐가 판단의 기준이다. 박근혜 캠프에선 대선 공약이 활발하게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다. 복지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야당보다 한발 더 앞서가는 흐름도 엿보인다. 반면에 주변 인물의 배치에선 일부 실망스런 점도 보인다. 말로든, 아니면 정책으로든 칠푼이론에 대한 박근혜의 정면대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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