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서자현 작가, 꿈 속 공간으로 현실을 덮으니…

현실에서든 꿈속에서든 눈으로 본 공간을 압축표현

  •  

cnbnews 제283호 김대희⁄ 2012.07.16 15:38:26

서자현 작가는 입체적인 시선으로 끊임없이 질문과 탐구를 한다. 삶의 근원적인 가치, 행복, 사랑에 대해 물으며 다양한 미디어 매체와의 혼융을 시도한다. 그의 혼융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도 뒤섞는다. 현대 미술의 차가운 감성과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혼합돼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디지로그’이기도 하다. 서 작가는 몇 년간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이 삶을 지배했다고 전한다. 어느 날 벼랑에서 떨어졌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시 깊은 물 속에 빠졌다. 스스로 살려고 버둥거렸지만 곧 자신의 모습을 조롱하면서 몸의 힘을 뺐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이해할 수 없는 평안함이 찾아왔다. “보이는 것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어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보고 그렸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보이는 세계든 아니든 결국 본 것만 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한동안 할 수 없었습니다. 꿈을 계속 꿉니다. 너무나 많은 이미지들이 보입니다. 어느 날 꿈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의 실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을 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졌다고 서 작가는 말한다. 뉴 테크놀로지 시대에 경계가 없는 시공간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그는 아날로그 물성이 주는 무거움을 해체하기 위해 캔버스의 중첩 대신 다른 매체들의 혼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작업의 전 과정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업 방식이 교묘하게 섞여 있지만 보는 이는 이러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혼용을 쉽게 알지 못한다. 작업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몇 번씩이나 오가면… 먼저 캔버스 위에 드로잉과 페인팅을 한 뒤 이미지를 컴퓨터로 옮긴다. 다양한 디지털 기법을 이용해 아날로그 느낌의 이미지들로 컴퓨터에서 완성한다. 그 후 다시 아날로그 세계로 돌아와 가벼운 물성의 한지와 투명한 폴리를 이용해 경계가 없는 시공간의 다층적 평면구조를 실험적으로 탐구한다. 새롭고 독창적인 디지로그 기법으로 완성시키는 방식이다. 서 작가는 지난 수년 간 현대 미디어의 허구성 및 포장성을 바라보며, 보이는 실체에 대해 경험적 시선으로 질문을 거는 작업을 해왔다. 이런 작업을 통해 주관적 시선에서 벗어나 시공간의 다층적 평면구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확장시킨다. 작업의 핵심 요소가 되는 시공간은 보이지 않는 다양한 심리적 공간들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진짜와 가짜, 의식과 무의식의 개념들 위에 ‘소통’이라는 개념과 ‘가치의 본질’이 덧붙여지면서 현상학적인 시공간을 확대시킨다.

이는 “차이를 담은 현상을 다시 담는다.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작업하는 방식이다. 말레비치의 차이를 담은 검은 사각형과 크로스가 되기도 하지만, 작가가 주목하는 사각형은 기억의 시공간을 담는다. 울림이 있는 흔적들은 색채로 그 존재성을 알린다. “나는 단지 도구가 되어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이자 갤러리 운영자이기도 했던 서 작가는 어느 순간 꿈 속에서 보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화면에 옮기는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2007년 ‘현대 미술의 다층적 평면 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 발표작을 통해 각기 다른 시공간을 하나하나의 평면 구조로 해석했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층적 평면 구조를 중첩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5년이 지난 올해, 7월 18일부터 8월 18일까지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10번째 개인전을 ‘하말그-하말디’라는 타이틀로 펼친다. 서 작가의 과거의 주관적 시선에서 벗어나 시공간의 다층적 평면 구조를 입방체 시선으로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으로 확장돼 있다. 2007년 이후 작업은 실제 여행을 통해 본 경험만 보여주지 않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진짜와 가짜. 의식과 무의식의 개념들 위에 ‘소통’이라는 개념과 가치를 덧붙였다.

이번 작업에서도 세잔의 평면 작업을 입체화시켜, 여백과 공간에 대한 탐구를 이론적 배경으로 차용했다. 또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시선에 보이는 사진과 회화의 모호성을, 매체와 물성의 혼용,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모호성으로 확장시켰다. 확장되고 변형된 디지로그의 기법은, 작업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작품으로 구현되고, 이를 통해 감상자는 마음속으로 입체화를 느끼도록 유도된다. 또한 2012년 작품들은 위와 같은 이론적 배경과 형식적 배경을 ‘사각형’과 ‘꿈’으로 구현했다. “각 작품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다양한 매체의 교차점으로 현상에 대한 다차원적 시선과 세계들을 표현하고, 중첩되는 다층적 평면의 각 층 공간에 사각형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드로잉하거나 색으로 표현합니다.” 이처럼 그는 꺼내어 풀어지는 한 평면마다 현대 사회의 지친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코드화된 언어로 전달한다. 그 코드화된 언어들은 숨겨져 있으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림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코드들도 자신의 역할을 따뜻하게 전달한다. ‘영성’과 결합한 그 코드는 생명력을 갖고 감상자의 마음을 치유한다. 작가 서자현은 파리 네프빌 콩트 고등예술학교 창작 텍스타일학과를 졸업한 두 홍익대학교에서 ‘현대 미술의 다층적 평면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함부르크, 스웨덴 비엔날레, 스위스 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세오갤러리 등에서 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시립미술관, 뉴욕 캐스트 아이언(Cast Iron), 청주 예술의 전당, 가나아트 스페이스 등에서 열린 여러 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기초 조형 및 섬유 미술 및 직물 디자인을 지도하며, 한국미술협회, 한국기초조형학회, 한국색채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 왕진오 기자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