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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내 몸을 키우고 그림은 내 맘을 치유하고”

자세하지 않아서 더 진짜같은 그림 그리는 한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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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5-286호 김대희⁄ 2012.08.06 15:24:40

“그림이든 음식이든 내게 좋은 걸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죠. 미술과 음식은 닮아 있어요. 사람은 몸과 정신의 두 가지 양식이 필요해요. 음식은 몸을, 그림은 정신을 치료하는 양식이죠. 현대사회에서 그림이 사람에게 필요한 양식이 되고 있어요. 그림은 문화에 대한 기록과 표현이기 때문이에요. 그림은 나에게 숙명적이기도 해요. 그림을 그림으로써 내가 살고 치유되는 이유가 있어요.” 형태를 그리지 않으면서도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하는 길을 찾는 작가 한오는 화가이자 요리사이면서 미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우연을 그리는데 이는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형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그가 물감덩어리를 으깨 놓은 작품은 얼핏 보면 꽃을 그린 작품처럼 보인다. “꽃을 그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얘기로, 너무 자세히 그리려 하면 실제와 더 멀어지기도 해요. 자세히 그리지 않음으로 사실에 더 다가가는 거죠. 대부분 형태는 생각지 않고 그리기에 패턴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림만큼이나 요리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가진 그는 닭가슴살 한입비빔밥과 짝을 이룬 것에 대해 한술 더 떠 “닭비빔밥을 아냐”고 물었다. 닭비빔밥은 평양식이며 평약식 비빔밥만 해도 종류가 10가지나 된다고 설명했다. 평양비빔밥은 고급 음식으로 서민들이 자주 먹지 못했기에 알려지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했다. 특히 닭가슴살을 발효시켜 요리로 만들기도 했다는 그는 날 닭고기를 발효하면 악어회를 먹는 듯한 맛이 난다고 했다. 남달리 머리가 비상해 그림을 그리는 데도 요리를 하는 데도 머리를 많이 쓰는 그는 단백질 섭취를 일반인보다 많이 한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치즈를 들 수 있어요. 머리를 쓰려면 단백질이 필요해요. 특히 단백질은 냉동시키면 입자가 파괴되는데 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때문에 요즘 닭가슴살을 냉동시키지 않고 발효시키는 비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이처럼 요리에도 소질이 있는 그가 요리를 하게 된 계기는 작업실에서 요리를 자주 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작업이 격렬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는 그는 독학으로 요리공부를 했는데 이는 요리에 관심도 많았고 ‘절대미감’의 소유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음식과 그림은 사람의 몸과 정신을 치유하는 양식으로 형태는 다르지만 닮았다고 한다. 본능적인 배고픔뿐 아니라 이제는 정신적인 치료의 양식도 필요한 시대라는 얘기다. 그는 자신이 살고 치유되는 데 그림은 숙명적이라고 한다. “결국 내 목적의 끝에는 내가 있어요. 음식이든 그림이든 내가 있기 위한 도구로 삼는 거죠. 1등을 위해 사는 게 아닌 현재에 충실한, 다시 말해 내 모습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사람은 본능으로 가야 해요.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지식과 정보로 세뇌되고 있죠. 그때그때 본능으로 찾아먹고 건강해져야 하는데 사회의 모순이 많아요. 내게 그림은 정화고 요리는 본능이에요.” 자신의 그림을 한 점의 스테이크라고 말하는 그는 그 이유로 “많을 때는 모르지만 배고플 때 그 한 점을 먹었을 때의 느낌이 얼마나 큰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림을 먹어보라는 얘기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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