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무력 충돌의 현장을 새롭게 해석해 인간 욕망의 근원을 이야기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작가 송현주는 ‘전쟁’으로 상징되는 남성적인 욕망 속에 잠재된 기호를 다양하게 해석해 만들어낸 시나리오를 우리에게 공개한다. 그는 2010년 세오갤러리의 첫 번째 영아티스트로서, 이 시대의 온갖 새로운 첨단 미디어 매체를 사용해 ‘전쟁의 허구와 현실에서의 놀이에 차이는 없다’는 개념을 회화적 표현으로 보여준다. 그가 전쟁 지도를 그리게 된 것은 미국 항공모함에서 비롯됐다. 디지털 방식으로 전쟁에 대한 테스트를 했는데 아날로그 방식보다 너무 소모적이어서 컴퓨터가 아닌 과거의 지도에 그려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 세대의 작가가 바라본 전쟁은 무엇일까? 그는 전쟁 무기를 통해서 인간 욕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쟁이란 것이 역사적으로 남성 전유물로 인식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쟁 속에 여성이 자주 등장하고, 비행기나 여러 장비에 여성의 모습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것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겠지요. 전쟁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비행기나 전쟁 물품을 오늘의 시각으로 예쁘고 멋있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는 자신의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21세기에 그려낸 아날로그 감수성 전쟁이라면 무겁고 비극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송현주가 그려내는 전쟁은 사전적인 내용이 아니라 인간 욕망의 접전지로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그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느끼는 기본적인 행복의 감성에 집중하면서 느린 미학의 작업을 캔버스 위에 펼쳐내고 있는 것 같다. 전쟁 물품이나 장면들을 컴퓨터나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볼펜이라는 가장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해 역설적 의미로서의 전쟁에 대한 그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그가 수개월 동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볼펜화가 등장한다. 1년 반 정도 구상을 하다가 지금까지 그리고 있는 이 작업에 대해 그는 “아날로그적 작업에서 인간이 내포하고 실천하는 방식의 결론은 행복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 연결고리를 풀기 위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그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대의 총화인 컴퓨터 데이터가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으로 그 파일마저도 손상을 입는 것이 현실이다. 고정된 진리의 이미지가 없는 것처럼 그는 하나하나 시간의 궤적으로 쌓아 올린 흔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리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과정이라는 송 작가의 작업은 인간 욕망과 경제력과도 결부된다. 붓을 잡은 시간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작업 스타일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실존적인 주제를 가지고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화가로서 살아가기에 각박한 공간을 벗어나 해외로의 진출 계획도 밟고 있는 그는 다수와 공감하는 작가, 남들이 이야기하기 꺼리는 주제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작품을 통해 한 번쯤은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우리 감각기관의 일부가 되고 기폭과 확장으로 전체를 지배하게 된 테크노코스모스 시대에서, 가상 시각체험만을 의존해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 본래의 직감과 관찰을 되찾는 메시지를 회화의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오늘의 작가라고 그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작가 송현주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과정 중이다. 2006년 호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UM갤러리, 샘터화랑,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펼쳤다. 2007년 베이징 아트페어, TCAF(일본), KIAF 2008, 원더브랜드전, 아트싱가포르와 2010년 Do Window Vol.2 등의 아트페어와 그룹전으로 작품 활동을 전개 중인 그는 경향미술대전 장려상과 단원미술대전 최우수상 등의 수상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