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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대가 한묵

“내년에 내가 100살이라고? 나이 잊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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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8호 왕진오⁄ 2012.08.20 11:22:42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았다. 곧 100살이 된다는 것도 몰랐다.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 살고 있는 나이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은 삶이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죽은 사람들 아닌가, 모두 다 죽을 사람들인데…." 올해 99세가 된 도불 작가 한묵이 10년 만에 한국에서 마련된 전시를 앞두고 세상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 작가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목으로, 도불 51주년을 맞이해 8월 22일부터 9월 16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그의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그는 국내에서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 작가로서,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현대미술 태동기에 서구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척한 한국 미술사의 산 증인이다. 평면 구성 안에 공간의 다이내미즘을 담은 한 화백의 작품은 캔버스라는 회화적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탐구를 제시하며 한국 기하 추상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 화백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활동하기 시작했고, 50년대 주요 재야단체의 하나인 '모던아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1961년 도불한 이래 파리를 무대로 활약해오며 안정된 미대 교수로서의 생활을 접고 불안정한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를 미술계에서는 “우리나라 기하추상의 한 면을 완성한 대표자”로 평가한다. "나 자신에 대한 이 같은 물음에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에 도전이라고 본다." 한묵 화백은 "이 세상 모든 가시적인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의해 존립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각에 부딪칠 때가 많다"며 "들에 핀 한 송이 꽃만 하더라도 대기의 압력이 아니고는 피어날 수가 없는 것 아닐까, 외형적인 모든 존재는 생명력이 발산하는 내부 미의 환영에 불과한 것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미술사의 산 증인, 모더니즘 1세대 그의 작업은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장면을 지켜본 이후 커다란 전환을 가져오게 됐다. 우주라는 공간을 보고서, 공간의 확장을 깨달으며 4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에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현재의 작업이 완성된다. 또한 원을 통해 리듬과 울림을 표현하려 했는데, 또 다른 4차원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졌다. 여기에 속도와 시간을 담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평면에 방사성 문양과 사선을 집어넣게 됐고, 이를 지그재그로 표현해 우주와 속도의 공간을 표현했다. 50년대 '전쟁의 단상'을 주제로 폐허와 빈궁 속에서 고난을 헤쳐 나갈 상징으로서 빛과 정신적 지지체로서의 가족에 대한 작가의 염원을 담아낸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60년대에는 '조형요소 탐구'를 중시한 작품들을 프랑스 파리라는 새로운 제작환경 속에서 펼쳐냈다. 색채와 형태, 마티에르에 대한 관심으로 2차원의 평면을 평면으로서 인정한 작업이었다. 한편 1969년 달 착륙을 계기로 2차원의 화면이 갖는 평면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4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고자 한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은 '공간의 쏘노리테' 군으로 분류된다.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우주적 공간으로서의 4차원 광활한 공간감을 화면에 담아낸 그림들은 한묵 예술의 결정체로 평가되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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