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나뭇가지들을 유심히 바라본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피고 지고 인간에 의해 잘려나가고 그냥 지나쳐버린 시간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들 나뭇가지에 유독 관심을 보이며 작가만의 내면과 철학이 가득 담긴 조각 세계를 펼치는 조각가 장욱희(40)가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종로구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얽히고설킨 인간과 자연의 삶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장욱희 작가가 바라본 미술은 ‘인류 역사 이래 필연적으로 시대의 정신과 변화를 미적 감흥에 기대어 매체에 실현해 왔으며, 생태계의 파괴와 훼손은 많은 미술가들의 관심과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태적 미술가들은 생태학적 철학과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과 희망을 표현한다. 즉 생태학적 가치를 작품 속에 구현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인간과 자연과의 화해를 담아내는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현재의 삶이 자연과의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여요. 이제는 그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합니다"라고 작가는 나뭇잎을 주제로 펼치는 자신의 작업관을 설명했다.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나뭇잎에 대해 그는 "대학 시절 자연을 좋아하면서도 멀리서 자연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며 "도심 속에 자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삶과 자연의 삶을 구분하려 했었다"고 회상했다. 작가는 주어진 삶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존재에 생채기를 내게 되는 과정에서 생명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거기에는 커다란 생명의 근원이 담겨 있다. 나뭇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는 순환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중일뿐이듯…. 나무 이파리로 생태학적 그물망을 표현 지금까지 장 작가는 생명과 희망, 자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가변적 작품을 많이 선보여 왔다. 길거리에서 발견되는 나뭇가지를 엮거나 쌓으면서 순환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생명과 가치라는 은유와 상징을 덧대었다. 거기에는 암시와 관련된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메타포는 생존과 가치에 대한 원관념을 숨겨두고 자연물의 순환과 생명의 속성을 외면으로 보여줬다. 그렇게 만들어낸 표현 방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본연의 모습에 접근하자면 상당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작가는 “생태학적 그물망”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작가의 작품에 변화가 일고 있다. 생명의 곤궁함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설정은 그대로 두면서 사물의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자연물에 인공을 더하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물 자체에 대한 인공적 과정을 거친다. 나무로 만들어낸 이파리는 낙엽이 아니다. 생명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아니라 싱싱하게 살아있는 이파리다. 나무에서 생장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들의 생활환경에 붙어 살아간다. 이파리는 사람들의 마음이며, 환경이며, 생명이다. 이파리의 잎맥을 삶의 근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잎맥에는 강줄기가 있다. 녹색이거나 흰색이거나 검은색의 이파리는 삶의 젖줄로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은 은유적이면서도 상징성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라는 타이틀에 중점을 두어 보다 가치의 본연적인 모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언제나 생각을 한다. 작품은 외관상 단순해 보이는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 작가의 깊은 철학적 고민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나뭇잎은 생명이며 순환이다. 나뭇잎은 새가 되고 사람이 된다. 새가 된 나뭇잎의 날개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배타심 탓에 구멍이 나 있다. 나뭇잎과 새의 모습이 함께한 작품으로 생성과 소멸, 변화의 과정을 통해 결국은 하나임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작품 제작에 있어서는 조화로움을 위한 사유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환경에서 형성된 정신성을 조각 작품으로 드러내는 표현방식이다.
나뭇잎 새의 날개는 이기심으로 구멍나고 인간의 존재와 정신성을 중심으로 자연만물의 일부로 존재하는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엮어낸다. 이것이 장욱희 작품이 지닌 행복한 꿈이다. 조금 덜 이기적이어야 하고, 조금 더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로의 진화를 꿈꾼다. 나뭇가지를 즐겨 작업한 작가가 이번 전시에는 낙엽 시리즈를 가지고 관람객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낙엽 시리즈는 단순히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란 이미지를 넘어 또 하나의 생명을 지니고 있는 가치로 여기고 이를 재해석해 새롭게 생성시킨 이파리의 모습이다.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저마다 생김새와 개체는 다르지만 그것들 모두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더불어 사는 삶이라 여겨 그물망이 존재하는 삶을 작품 세계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결과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