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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후보확정 수락연설에 ‘검찰개혁’이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 1백만 부 넘게 사 읽은 유권자의 갈구 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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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8호 최영태⁄ 2012.08.21 10:32:33

20일 박근혜 후보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사법개혁 또는 검찰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박 후보는 비리, 부패 척결에 대한 의지는 드러냈다. 그는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길 시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비리-부패에 대해 사법권을 동원하겠다는 것일 뿐, 한국의 사법-검찰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사법-검찰 개혁 없이 과연 박 후보가 제1과제로 꼽은 경제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법과 정의로 미국 대기업집단 바로잡은 루즈벨트 대통령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에서 경제민주화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놓은 대통령은 대공황 뒤 1932년 정권을 잡은 민주당 루즈벨트를 꼽을 수 있다. 미국판 재벌들의 전횡으로 경제가 박살난 대공황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맡은 루즈벨트는 집권 뒤 재벌과의 전면전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결국 미국에 대기업집단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는 1935년 부유세(wealth tax) 신설을 요구해 부자들과 적대적 대치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1936년 재선을 앞두고는 기업내부보유 이윤(undistributed profits)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 재계와 일대 전쟁을 벌인다. 이어 1938년에는 집단소송제 법제화로 개인이 집단을 이뤄 대기업과 대등하게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부자들에게 “이제 미국에서 기업집단은 안 된다”고 영원히 확인시켜 준 조치들이었다. 루즈벨트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의회가 이런 법을 만들면 그 법을 적용하는 것은 사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에서 익히 봐 왔듯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을 벗어나 아예 ‘정권의 파트너’가 돼, ‘청와대+검찰 공동정권’을 구축하면, 국회에서 아무리 경제민주화 관련 법을 만들어도 아무 소용도 없게 된다. 법의 해석자가 구체제 편을 드는 편향성을 발휘하면 ‘백 법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란 대선 포인트를 왜 야당 몫으로 남겨두려 하나? ‘타는 목마름으로’ 정의를 갈구하는 한국인의 지향은, 마이클 샌델 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서가 1백만 부나 넘게 팔렸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결코 읽기 쉽지 않을 뿐더러, 한국 얘기도 아니고 미국의 정의 얘기를 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사 봤다는 것은 70, 80년대 민주화를 갈망했듯, 현재 한국인은 정의를 갈망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들끓는 여망 앞에서 유력한 여당 후보가 ‘검찰을 이용할 방법’만을 제시하고, ‘검찰을 개혁할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권과 검찰이 한 통속이 돼 ‘정치적 우리 편’에 대해서는 온갖 편의를 베풀고, ‘정치적 반대 편’에 대해서는 법의 온갖 채찍을 휘둘러대는 형태는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청와대+검찰’ 공동정권 형태가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된다면, 이는 국민에게 비극이요, 정권과 검찰에게도 비극이 될 것이다. 박 후보와는 달리 야권 후보들은 모두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경선후보였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7월 17일 관훈토론에서 “검찰이 일반인에게는 강하게 군림하고 대통령에는 흐물흐물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검찰을 포함시켜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아직까지 검찰개혁에 대해 뚜렷하게 발언한 바가 없다. 박 후보의 제1 과제인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사법부의 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칼은 ‘올바르게’ 발휘돼야 하며, 칼날의 방향을 바로잡는 게 검찰개혁이다. 박 후보가 검찰개혁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돈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검찰개혁을 ‘야당 몫’으로 남겨두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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