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90호 최영태⁄ 2012.09.05 10:07:24
“현재의 민주당 구조에서는 당 전체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만 자파 이익에는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의문스러운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 2009년에 쓴 ‘노무현 이후’에 나오는 문구다. 민주당 사람인 김 소장이 당 안에서 들여다본 이런 사정은 3년 뒤인 지금에도 다를 바 없음을, 우리는 최근 경선 잡음에서 확인한다. 절차에 큰 하자가 없으며, 스스로 동의한 모바일 투표 방식을 놓고, 일단 경선이 시작된 다음에 자신이 1등을 하지 못했다고 시비를 걸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모습이다. 논란은 논란으로 그쳐야 하는데, 민주당 경남 경선에선 몸싸움으로까지 번졌고, 당대표의 연설이 야유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니, 당보다는 계파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 분명하다.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야 말겠다”는 사람들 한국의 야당사에 항상 계파는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김영삼 같은 걸출한 보스가 있었기에, 제1 야당은 그래도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대중 이후 이런 결집은 없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집권당의 엄청난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당에 참패한 이유는 바로 계파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라는 절대적-권위주의적 구심점이 있어 ‘공천 쇄신’이 가능했던 반면, 민주당에는 계파라는 여러 작은 구심점밖에 없었다는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민주당 계파들의 다툼이 ‘뒤로 밑지더라도 앞에서 남는 장사를 하고야 말겠다’라는 자멸적인 수준이라면, 이런 구태 정치를 없애겠다는 국민의 여망이 모여서 만들어진 ‘안철수 현상’이 민주당의 낡은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일단 이기고 나중에 밑지자’를 불사하는 근시안적 행동은, 내적 다툼이 있더라도 실리 앞에서는 바짝 엎드려 통일 양상을 드러내는 새누리당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단기간 내에 현재의 분열 양상을 극복할 김대중 같은 큰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면, 더 좋은 그림은 안철수가 독자출마하고, 민주당이 이에 발맞춰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라는 것이 ‘안철수 현상’의 요구가 아닐까 싶다.